'우선구매권' 행사 기준은 전쟁 준해야
제도 실효성 재검토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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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석유공사를 대상으로 국제공동비축 물량 중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은 사안과 관련해 감사 중이다. 이번 감사 대상에는 석유공사 관계자뿐 아니라 산업부 관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구매권 활용과 관련해 산업부와 석유공사 간 내부 매뉴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경위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공동비축은 산유국 등 해외 기업 석유를 석유공사 울산·여수·거제 등 9개 비축기지 유휴 공간에 유치해 임대 수익을 얻고,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행사해 국내 석유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국내 9개 비축기지는 약 1억5000만 배럴 규모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고, 국제공동비축 물량은 비축유가 투입되지 않은 공간에 저장된다. 1999년 노르웨이 국영 석유사 스타토일(Statoil)을 시작으로 사우디 아람코, 아랍에미리트(UAE) ADNOC, 쿠웨이트 KPC 등과 계약을 맺고 국내 유휴 비축기지에 해당 원유가 저장돼 있다.
안보 위주 전략비축과 달리 타 기업 원유를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석유공사 비축사업 부문 매출의 약 22%를 차지한다. 그간 정부와 석유공사는 비상시 국제공동비축 물량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행사해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90만 배럴 물량이 해외로 먼저 판매된 사례에서도 우선구매권 행사 검토 과정에서 이미 계약된 물량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며 관리 체계 허점이 노출됐다. 업계에 따르면 입출고 일정은 확인되지만 임대 구조상 저장 물량 중 계약된 물량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구매권 행사 조건도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석유공사가 해외 기업과 맺은 국제공동비축 계약을 보면, 우선구매권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걸프 지역 국가에서 원유 수출이 금지되거나 중단된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이 선포된 경우, 특정 월 전략비축유 재고량이 전월 대비 50% 미만으로 감소한 경우 등에 발동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인도 규정에는 '미판매 물량(unsold product)'이 명시돼 있어 실제 이행 과정에서 계약 여부에 따라 확보 가능 물량이 제한될 수 있는 구조로 분석된다. 또 불가항력 사항에 따른 면책 조항도 있어 이번 카타르 사태처럼 유사시 자국 에너지 이익에 따라 우선구매권 사용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석유공사 측은 우선구매권 행사 기준에 대해 "현재 감사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서 보고 있는 사안 중 기업 간 계약 관계, 우선구매권 행사와 관련해 어떤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며 "남의 자산이긴 하지만 우리 쪽에 맡겨 놓은 상황이 있기 때문에 계약서 등을 살펴보고 개선사항이 필요하다면 반영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강승진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특임교수는 "국제공동비축은 평상시에는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각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략적 비축 목적과 상업적 운영 목적이 혼재된 구조인 만큼 위기 대응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