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IG, 현대로템, STX엔진 등 통합 솔루션 경쟁 본격화… 전장 패러다임, ‘무인네트워크’ 전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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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의 모태이자 성지인 진해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이 거대한 '실전형 무기고'로 변모했다.
1일, 해군과 창원특례시가 손잡고 마련한 국내 유일의 해양 방산 전문 전시회, '2026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이 해군사관학교와 군항 제11부두 일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지역 축제나 군 홍보 행사의 수준을 완전히 탈피했다.
과거 무기체계를 나열하던 '쇼케이스'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과 부품 국산화, 그리고 실질적인 해외 수출 상담을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비즈니스형 방산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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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날, 해사 연병장과 군항 부두 일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방 기술력의 전시장(展示場)이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T-50B 편대가 진해 상공을 가로지르며 오색 연무로 개막을 알리자, 관람객들의 시선은 지상과 해상에 도열한 전력으로 향했다.
전시장에는 해군 주력 무기체계인 유도로켓과 해안 감시 무인항공기(UAV)는 물론, 해병대의 발이 되어주는 상륙돌격장갑차(KAAV)와 차륜형 장갑차, 육군의 주력 전차인 K2까지 대거 등장했다.
특히 부두에 정박한 대형 수상함 내부를 공개하는 행사는 해외 무관단과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 전장에서 운용되는 플랫폼 위에서 장비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는 '체험형 전시'가 성사된 것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40여 개 방산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해 100여 개의 부스를 운영한다.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430여 년 전, 혁신과 창의의 상징이었던 거북선이 국난 극복의 핵심이었듯, 오늘날의 K-방산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단품 판매 시대 가고 '패키지 수출' 시대 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방산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다.
과거 엔진이나 레이더 등 특정 부품을 개별적으로 홍보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여러 체계를 하나로 묶은 '통합 솔루션'을 제안하는 '패키지 수출 전략'이 주류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한화오션·한화시스템과 LIG 그리고 창원의 대표 방산 기업인 현대로템 과 STX엔진이 있었다.
특히 중견급 강소기업인 STX엔진은 이번 전시에서 함정용 엔진 단품뿐만 아니라, 통합 추진체계와 감시 체계를 결합한 모델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뢰부설함과 고속함 등에 탑재되는 주기 엔진과 차세대 함정용 발전기 엔진 모형은 물론, 수중 적을 찾아내는 예인음탐기(TASS), 해안 감시 레이더 등을 동시에 전시했다.
이는 최근 국제 방산 시장의 흐름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국가들은 개별 부품을 따로 구매해 조립하는 방식보다, 검증된 추진체계와 감시체계를 일괄 도입해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패키지형 구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엔진이라는 하드웨어에 감시·정찰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수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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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AI(인공지능)'와 '무인화'였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무인 수상정(USV)과 무인 잠수정(UUV) 등 해군의 미래 비전인 'Navy Sea GHOST(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핵심 자산들이 위용을 뽐냈다.
첫날 열린 'AI 기반 국방산업 포럼'에서는 미래 전장의 양상이 기존 플랫폼 중심에서 데이터와 네트워크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제는 함정 한 척의 성능보다, 그 함정이 무인기와 잠수정, 육상 기지를 얼마나 촘촘한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하느냐가 승패를 결정짓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전시회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순 전시를 넘어 실질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둘째 날 예정된 해외 무관 초청 기업 방문과 로봇 기술 포럼, 마지막 날의 부품 국산화 및 함정 R&D 과제 설명회 등은 산·학·연·군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 '방산 수출 거점' 도약 선언
창원특례시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지역 산업 생태계를 방산 수출 플랫폼으로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은 "해군의 첨단 전력과 지역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이번 행사는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창원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 수출의 전초기지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해외 바이어와의 1대1 매칭 상담 프로그램이 집중 배치됐다. '보여주는 전시'에서 '파는 전시'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것이다. 기업들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수출 계약의 마중물을 마련하고 있었다.
K-방산 전문가 시각...'애프터마켓'까지 선점해야
진해 군항에 집결한 국산 무기체계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전문가들은 냉정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특히 본지와 1일 인터뷰에 응한 해군사관학교 K모 교수는 "전 세계적인 K-방산 열풍이 일시적인 '러시'에 그치지 않으려면, 판매 이후의 군수 지원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특히 군용 수상함정이나 잠수함의 경우 건조후에도 최소 20년에서 40년 정도의 MRO가 필수인 해양방산의 경우 더욱 그렇다"라는 분석이다.
이번 이순신방위산업전이 부품 국산화와 인력 채용 박람회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기를 파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무기가 30년, 40년 동안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뿌리 산업'의 힘이기 때문이다.
사흘간의 일정에 돌입한 2026 이순신방위산업전은 대한민국 해양 방산이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증명하는 시험대다. 진해 앞바다의 훈풍을 타고 K-방산의 돛이 전 세계 바다로 뻗어 나갈 수 있을지, 남은 이틀간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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