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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호르무즈·핵물질 정면충돌…휴전 속 첫 담판 앞두고 대치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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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09. 08:52

이란, 비트코인 통행료 요구, 해협 재봉쇄…유조선 강제 회항 속출
트럼프 "통행료 공동 징수 검토"…이란 고농축 우라늄 440㎏ 반출 '압박'
브렌트유 15% 급락·증시 급등에도 "휴전은 시험"…11일 협상
호르무즈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원유 저장통·원유 펌프 잭,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로 3월 2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로이터·연합
미국과 이란은 8일(현지시간) 2주 휴전 국면 속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미국은 핵물질 반출과 제한 없는 해협 개방을 요구했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권과 해협 통제권 유지를 종전 조건으로 내세우며 맞섰다.

IRAN-CRISIS/OMAN-HORMUZ
선박들과 보트들이 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주 앞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호르무즈 재통제 강화…이란 "배럴당 1달러·비트코인 납부"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날 미국-이란 휴전 발효 후 일시 통항이 재개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해상 항적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파나마 선적 유조선 '오로라(AURORA)호'가 오만 무산담 연안 인근에서 갑자기 항로를 변경해 180도 회전한 뒤 페르시아만으로 되돌아갔다. 회항 지점은 이란 라라크 섬과 무산담 반도 사이의 국제 해상 운송로 중 가장 민감한 전략 요충지 구간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걸프만 내 선박들이 이란 당국으로부터 "허가 없이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은 파괴될 것"이라는 영어 라디오 경고 방송을 수신했다고 전했다.

FT가 클레어·마린트래픽(Kpler·MarineTraffic) 데이터를 토대로 공개한 '호르무즈 병목 추적기'에 따르면, 2월 22일 전후 하루 100척에 육박하던 해협 통과 선박 수는 이날 현재 한 자릿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미드 호세이니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연맹 대변인은 이날 FT에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에 통행료를 징수하고 각 선박을 점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요율은 원유 배럴당 1달러이며 빈 탱커는 무료 통과가 가능하다.

호세이니 대변인은 "제재로 인한 추적·압류를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루 통과 선박을 약 12척으로 제한하고, 이란혁명수비대(IRGC) 승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중재국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PENTAGON PRESSER IRAN CEASEFIRE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성 장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UPI·연합
◇ 트럼프 "합작사업 검토"…백악관 "제한 없는 개방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 방송 조너선 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를 합작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다"며 "이는 해협을 보호하는 동시에 다른 많은 세력으로부터 해협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루스소셜에서도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며 큰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이란의 통행료 징수·재건 비용 활용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반면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이 제안한 아이디어이며 향후 2주간 논의될 사안"이라면서도 "대통령의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통행료나 다른 것과 관계없이 어떠한 제한도 없이 해협을 재개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라그치 장관의 "이란 군과의 조정·기술적 제한을 고려한 안전 통항"이라는 표현이 이란이 해협 통행 속도와 조건에 대한 근본적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란이 '기술적 제한'이라는 표현을 통해 통행 조건에 대한 재량권(wiggle room)을 스스로에게 남겨뒀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시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미군의 공습 다음날인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찍은 위성 사진으로 미국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투하한 벙커버스터 GBU-57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구덩이가 보인다./EPA·연합
◇ 트럼프 "이란 핵물질 제거" 압박…헤그세스 "안 넘기면 가져올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이란과 협력해 깊숙이 파묻혀 있는 핵 '먼지'를 파내고 제거할 것"이라고 적었다. 'B-2 폭격기'라는 표현을 삽입한 것으로 볼 때 지난해 6월 미국이 B-2 폭격기로 공격한 이란 핵시설의 고농축 우라늄을 제거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정밀한 위성 감시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이 공격한 이후 아무것도 건드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 공개 약 40분 후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에서 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대로 그들이 우리에게 그것을 넘겨주거나, 우리가 직접 뭔가를 해야 한다면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자발적으로 농축 우라늄을 넘기지 않을 경우 군사작전을 통해 강제 확보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란을 압박한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인계할 의사를 시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과 협상단의 최우선 순위이며 대통령이 결코 물러서지 않을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IRANIAN US-ISRAELI WAR
이란 시민들이 8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엔겔라브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UPI·연합
◇ 이란 "농축권 인정이 종전 전제"…10개항 요구 재확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의 전화 회담 내용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라늄 농축도에 대한 협상과 농축 권리 인정'이 포함된 10개항 종전안을 공개하며 "이란이 제안한 10개 조항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한 합의가 지켜지고 미국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440㎏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 60% 농축 우라늄 42㎏으로 핵폭탄 1개 제조가 가능해, 이란 보유량은 이론상 10기 이상의 핵무기 제조 잠재력을 가진 수준으로 평가된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5년 이란과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체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8년 이를 맹비난하며 탈퇴를 감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015년 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성과를 확보해야만 이번 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개전 직전 협상에서 IAEA의 사찰·검증 아래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40㎏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당시에는 2015년 핵합의처럼 우라늄을 국외 반출하는 대신 저농축 상태로 되돌릴 수 없게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에미리트 정책센터의 에브테삼 알케트비 소장은 로이터에 "이번 휴전은 해결책이 아니라 의도를 검증하는 시험"이라며 "호르무즈와 대리전 전선에서 교전 규칙을 재정의하는 포괄적 합의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더 위험하고 복잡한 확전에 앞선 전술적 휴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브렌트유 15% 급락…미·유럽 증시 일제 급등

휴전 발표에 국제 원자재·금융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이란이 2주간 '안전 통항'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뒤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15% 급락했다. 범유럽 지수 스톡스 유럽 600은 3.8% 올랐고 독일 닥스(DAX)는 4.4%, 영국 FTSE 100은 2.5% 각각 상승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325.46포인트 오른 4만7909.9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65.96포인트 오른 6782.8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617.15포인트(2.80%) 오른 2만2634.99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 지수의 상승 폭은 작년 4월 이후 최대치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21.04로 전장 대비 4.74 포인트(18.39%) 내렸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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