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K-팝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콘서트 실황을 스크린에 옮기는 수준을 벗어나 VR(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다음 달 26일까지 월드타워점에서 걸그룹 르세라핌의 첫 VR 콘서트 '르세라핌 VR 콘서트 : 인비테이션'을 단독 상영한다. 지난 15일 한국을 비롯해 일본·미국·대만 등 4개국에서 동시 개봉한 '르세라핌 VR 콘서트 : 인비테이션'에서 르세라핌 멤버들은 VR 특유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 동선 단계부터 직접 참여했다. 하이브 뮤직 그룹 여성 아티스트 가운데 VR 콘서트를 진행한 것도 르세라핌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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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스/어메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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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이픈의 첫 번째 VR 콘서트 '엔하이픈 VR 콘서트 : 이머전'을 관람하는 관객들/어메이즈
CGV는 지난 8일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공연 콘텐츠 '엔하이픈: 이머전 인 시네마'를 단독 상영했다. 스크린X·4DX·울트라 4DX 등 다양한 특별관을 활용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에 앞서 메가박스는 지난달 4일 부터 이달 12일까지 보이그룹 투어스(TWS)의 VR 콘서트 '러쉬로드'를 단독 상영해 누적 관객 4만명을 불러모으며 K-팝 VR 콘서트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멀티플렉스 3사가 이처럼 콘서트 실황을 단순히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 아닌, VR 체험을 앞세우는 이유는 관객들을 공연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OTT 플랫폼, 유튜브 '직캠' 등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VR 체험은 아티스트와 관객 간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관객들에게 아이돌을 직접 마주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아티스트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포착하는 실사 촬영 기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프로세싱과 시각특수효과(VFX), 영화관만의 고성능 음향 시스템이 관객들에게 실제 콘서트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영화관이 K-팝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콘서트 실황 상영이 기존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겨놓는 수준이었다면 VR을 앞세운 콘서트는 관객의 체험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처럼 팬덤 기반이 강한 장르에서는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경험한다는 요소 자체가 중요한 가치로 작동한다. 여기에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음향과 화면, 집단 관람 경험이 결합되면서 VR 공연 콘텐츠는 하나의 상영 포맷으로 정착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은 4세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공연 포맷으로, 최근에는 투어스 등 5세대 아이돌까지 확장되는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