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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무료라고 말하는 것은 주로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입니다. 이 수수료는 그대로 계좌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붙는 비용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틀린 말은 없습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은 비대면 IRP를 중심으로 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거든요,
문제는 소비자가 여기까지만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보통 IRP를 만들고 나면 돈을 그냥 현금처럼 두기보다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굴리면 펀드 보수나 각종 상품 관련 비용이 붙습니다. 광고에서 크게 보이는 수수료 0원은 계좌 관리 수수료를 뜻할 뿐, 계좌 안에서 상품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까지 모두 면제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수수료 0원이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듣는 사람이 쉽게 "IRP는 공짜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건 문제입니다.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IRP는 짧게 한두 달 보고 끝나는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 차이에 더 민감합니다. 당장 눈에 띄는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간 운용할수록 누적되는 비용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통합연금포털에 수수료 총비용과 펀드 총비용 공시를 신설한 데 이어 ETF 시장에서는 투자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는 과장·비용 축소 광고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0원'이나 '최저 보수' 같은 문구만 앞세운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 보호 차원의 경계수위를 높이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IRP뿐만 아니라 RIA와 중개형 ISA, 국내·해외주식 계좌 등 상품을 내놓을 때 무료라는 문구를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자는 문구에 속지말고 계좌 관리 수수료가 면제되는지, 어떤 상품을 담을지, 그 상품의 보수는 얼마인지, 내가 이 돈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무료라는 단어 하나보다 실제 총비용이 더 중요하니까요.
수수료 0원 마케팅은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과열 경쟁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자본시장에 수백조원의 자금이 몰린 만큼 증권사들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큰 글씨로 혜택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과 조건까지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