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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전쟁’ 월드컵 중계, 보편적 시청권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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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04. 22. 15:59

JTBC-KBS서만 공동중계
MBC·SBS 최종협상 불발
'코리아풀 붕괴' 지속 우려
정부 중재에도 '제도' 부재
"재원 취약, 지원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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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제공=대한축구협회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50일 앞두고, JTBC는 지상파 3사와의 재판매 협상 끝에 KBS와 공동 중계에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반면 MBC·SBS와는 최종 협상에 이르지 못했다. 과거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공동중계 체제'가 사실상 균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또 월드컵의 공공적 가치인 '보편적 시청권'은 쩐의 논리 앞에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월드컵과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하고 중계하는 이른바 '코리아풀'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는 중계권 부담을 분산하는 동시에 시청자 접근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JTBC가 약 1억2500만 달러(약 1900억 원)를 들여 중계권을 확보한 뒤 재판매에 나서면서 기존 구조는 처음부터 흔들렸다. 협상 초반 JTBC는 비용을 절반씩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JTBC가 50%, 지상파 3사가 16.7%씩(약 330억원)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JTBC는 140억원을 최종 제안했고, KBS만 이에 합의했다.

KBS는 이날 "상당한 적자가 예상되지만,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종 제안 금액을 수용했다"며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극적인 합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JTBC도 "밀라노 동계올림픽 중계에 이어 국민적 관심사인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길어져 우려가 커진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협상 과정에서 공공성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일 KBS 이사회는 중계료로 100억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 접근권, 즉 누가 얼마나 쉽게 경기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후순위로 밀렸다.

수익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점도 협상이 길어진 원인이다.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계와 광고 수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선뜻 중계권료를 지불하기 어렵다는 게 지상파의 입장이었다. KBS 관계자는 "지상파 입장에서 실제 손익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떠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월드컵 개막이 임박하면서 급하게 협상을 마무리지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설명했다.

공영방송사인 MBC는 막판까지 협상에 임했지만 결국 발을 뺐다. SBS도 재정 부담과 수익성 문제를 우려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JTBC 역시 대규모 투자에 따른 비용 회수를 강조하며 '중계권료 떠넘기기'란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사안은 보편적 시청권과 방송사의 시장논리가 맞선 사례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방송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명확한 기준이나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방미통위)이 "행정 지도권을 행사해 재판매 협상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제도 보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이벤트 중계가 상업적 가치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시청자 접근권 보장도 여전한 논쟁거리다.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지상파 방송사가 공영방송의 책무로 공동중계를 지금껏 해왔지만, 지금은 재원 구조가 취약해졌다"며 "정부가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추가적인 부담만 하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3사에 월드컵 중계권을 사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을 이행할 만한 재정적 지원책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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