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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금지로 수익확보 비상… 코스닥IPO 향하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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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6. 04. 22. 18:07

대기업 계열 자회사 상장딜 규제 철퇴에
대어급IPO 주관계약 9건 모두 철회 위기
구다이글로벌·무신사 올해 최대어 주목
코스닥 상장 예심 25곳… 경쟁 격화 예고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경쟁을 뚫고 확보한 대어급 기업공개(IPO) 주관계약들이 전부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 IPO 황금 라인업으로 불리던 대기업 계열 상장 딜이 중복상장 규제에 '페이퍼 계약'으로 전락하면서다.

정부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히면서 주관사들은 코스피 대신 코스닥으로, 대기업 계열사 대신 성장성 높은 중소형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수익성 하락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번 정부 들어 시행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준수 등 시장 정상화 기조에 발맞춰 단기 수익성보다는 시장 신뢰 회복과 전략적 선회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에 지배구조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대어급 기업들이 실적을 방어할 유일한 탈출구로 떠올랐다. 일부 대형사는 중소형사 텃밭으로 여겨지던 코스닥 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IPO 시장의 최종 성적표를 가를 핵심 변수는 이들 기업의 흥행 여부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 절차를 추진하거나 잠정 중단한 대기업 계열사는 총 9개사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SK·한화·카카오가 각 2개, HD현대·CJ·신세계가 각 1개씩이다. 앞서 LS의 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상장 예비심사 도중 IPO를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하며 중복상장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주관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SK엔무브·HD현대로보틱스·한화에너지·카카오모빌리티 등 4개사의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 역시 SK에코플랜트·한화에너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화의 인적분할 후 재상장까지 포함해 4건을 확보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각 3건, 2건씩 계약을 확보하며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SK엔무브·CJ올리브영·SSG닷컴을, KB증권은 HD현대로보틱스·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각각 맡았다. 대신증권은 한화에너지·카카오모빌리티 2건의 주관사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중견·중소 계열 중복상장 딜은 총 5건으로 대신증권이 덕산넵코어스·디티에스를, 교보증권이 에스케이팩·씨엠디엘을 각 2건씩 수임했다.

이들 상장 추진 기업은 모두 코스닥 상장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KB증권은 코스피에 상장된 일동제약 계열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주관 계약을 땄었다.

이 같은 상황은 자회사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결과다.

최근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발표한 나현승 고려대 교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자회사 중복상장을 단행한 모회사 261개사의 주가는 상장 후 1개월 간 평균 -7.58%의 하락률(중앙값 -8.45%)을 기록했다. 3개월 평균은 -9.12%(중앙값 -14.03%), 6개월 평균은 -10.81%(중앙값 -16.16%)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시선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배제된 '비(非) 중복상장' 대어들에게 쏠리고 있다. 구다이글로벌과 무신사가 그 중심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사로 IPO 시장의 최대 기대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무신사는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올해 IPO 시장의 마지막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처지가 녹록지 않다. 한화의 인적분할 후 재상장 딜이 중복상장 논란에 가로막혀 무산되면, 올해 대어급 주관 실적은 사실상 케이뱅크 한 건으로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는다.

대기업 계열 IPO라는 전통 수익원이 봉쇄되자, 대형사 역시 코스닥 IPO에 집중하고 있다. 대어급 딜 공백이 길어질수록 차선책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으로 무게감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신규상장 예심 승인을 기다리는 25개 기업(스팩 제외)은 모두 코스닥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 한곳이 대표주관을 맡은 기업은 전체 비중의 24%에 달하는 6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PO 쪽 화두는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버티느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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