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상한 폐지" 노조 3.9만 집결
영업익 15% 요구 내달 총파업 예고
"과도한 요구" 주주, 반대편서 비판
파업땐 반도체 공급 차질·가격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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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만이 일군 회사가 아닌데 노조가 마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23일 삼성전자 노조는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45조원 규모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한편, 다음 달 총파업 강행 의지를 다지며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자리다. 같은 날 삼성전자 주주들도 맞불 집회를 열고, 노조의 집단행동과 요구안을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본 행사가 시작된 오후 2시경까지 3만9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의대회 슬로건은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다. 조합원들은 '투쟁' 문구가 적힌 단체 조끼를 입고 하나둘씩 현장에 모였다.
이날 결의대회 현장에선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 사진을 밟고 지나가거나 사진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의 연출로 노조 내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과도한 퍼포먼스가 오히려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리가 내세우는 요구안의 의미도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연봉의 50%로 제한하고 있는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임금 인상률도 사측이 제시한 6.2%를 넘어서는 7%로 합의할 것을 강조한다.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30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지난해 12월 교섭 시작부터 이 순간까지 더 나은 삼성을 만들기 위해 성실히 교섭을 해왔지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이번 투쟁은 삼성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자, 대한민국 경쟁력을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또 "18일간 파업을 감행하면 18조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며 "경영진이 그토록 믿는 숫자가 우리 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300조원)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성과급 재원은 45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연구개발 비용(37조7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자, 같은 해 주주배당액(11조1000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란 점에서 사실상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을 받는다. 같은 날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노조를 비판하는 맞불 집회를 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진행한 집회에서 "사측 뒤에 수백만명의 주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노조의 요구는 악덕 채권업자와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장의 지분을 가진 진짜 주인은 주주"라며 "공장을 멈춰 세우는 것은 주주들 자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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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노조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진 마음대로 성과급을 책정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상법 개정에 따라 주주 이익을 해치면서 과도한 성과급을 약속하면 경영진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특히 반도체는 국가에서 막대한 세금 공제를 해주는 전략 산업으로 국민도 성장에 기여한 셈인데, 직원들만 성과를 나누겠다고 주장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한순간 영업이익이 올랐다고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는 없다"며 "이익이 났을 때 미래를 대비해야지, 한도 없이 성과급으로 써버리면 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