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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4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은 1조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에쓰오일 역시 전분기 대비 두 배에 가까운 7500억원을 넘어설 것이 전망됩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두바이유 가격이 한때 배럴당 169달러를 넘어서는 등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여파입니다.
숫자를 보면 당장이라도 축포를 터뜨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유업계 내부 분위기는 어둡기만 합니다. 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실질적인 경영 지표에 반영되지 못하는 '장부상의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재고평가이익이 반영된 결과라 장부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일 뿐, 실제 수익성과는 괴리가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미리 사둔 재고의 가치가 회계상으로만 껑충 뛰었을 뿐 실제로 지갑에 들어온 돈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들의 진짜 공포는 유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올 때 시작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관계자는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가격이 내려가면, 유가 급락 시에는 반대로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며 "재고평가손실 가능성이 매우 높고, 만약 2분기에 이 하락분이 반영된다면 1분기 재고평가이익만큼 조 단위의 영업적자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이 확보하는 원유 물량은 한 달에 1억 배럴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세 달 치만 쌓여 있어도 유가 급락 시 감당해야 할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상반기에 12조원의 이익을 내고도 하반기에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입었던 뼈아픈 데자뷔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변수도 더 복잡합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네 차례 연속 동결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자는 "현재 최고가격이 국제 가격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특히 경유의 경우 격차가 크다"며 "이 상태가 길어지면 업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손실 보전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데, 방향이 빨리 나와야 업계와 협의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외부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변동성에 노출돼 있고, 내부로는 가격 통제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입니다. 1분기 4조원이라는 장부상 실적과 달리, 2분기 실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