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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석유최고가격제, 산정기준 갈등·재원 고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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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04. 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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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유업계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상 기준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제도 도입 두 달 만에 물가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는 퇴색되고 산정 방식을 둘러싼 불신과 법적 분쟁 가능성만 고조되는 모습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입니다. 정유업계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MOPS)을 기준으로 지난 3월 마지막 2주동안에만 1조 267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휘발유 국제가격은 리터당 1373원이었으나 국내 세전 공급가는 871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리터당 500원이 넘는 손실을 정유사가 온전히 떠안으면서 매주 5000억원 규모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생산과 공급을 지속할수록 재무 건전성이 파괴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반면 정부는 실제 원유 도입가와 생산 비용을 합친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 방식대로라면 보상 규모는 업계 요구안의 10분의 1 수준인 1000억원대로 급감합니다. 그러나 정유 공정은 원유라는 단일 원재료에서 다양한 제품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연산품 구조입니다.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를 인위적으로 분리해 산출하라는 것은 회계학적으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인 원유 도입 단가와 정제 효율 등을 강제로 노출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11년에도 정부가 원가 산정을 시도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을 만큼 기술적 난제가 큼에도 이를 보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행정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이나 GS칼텍스처럼 외국 자본 지분이 높은 기업의 경우 해외 주주들이 주주 이익 침해를 이유로 경영진을 압박하거나 국가, 투자자 간 소송(ISDS)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국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강제 공급하며 발생한 천문학적 손실은 해외 주주들에게 배임이나 주주 이익 침해로 비칠 수 있기 떄문입니다. 자칫 경영진에 대한 소송으로 번질 경우 국내 정유 산업의 대외 신인도는 물론 외교적 마찰로까지 확산될 위험이 큽니다.

업계의 이러한 고충이 국내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유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수출 비중을 높이거나 국내 공급 물량을 조절하게 되면 기름값이 싼데 정작 주유소에는 기름이 없는 공급 절벽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정부가 편성한 4조 2000억원의 예산은 상반기 중 고갈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데다 인위적인 가격 억제가 오히려 소비 감소를 방해하는 부작용도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3월 4주 차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정유업계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가격 통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위적인 원가 검증 대신 국제 시세를 반영한 합리적 보상안을 마련하고 유류세 추가 조정 등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정책 연착륙을 유도해야 합니다. 정유 산업의 공급망이 훼손된 이후의 사후약방문은 국민 경제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할 뿐입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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