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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후위기 감시 전초기지…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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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4. 30. 16:10

국내 4곳 있는 감시소…WMO에 자료 제공
기후위기 가속화…실시간 감시 필요성↑
한반도 최남단서 유입 공기 채집
불소 계열 합성 물질 정밀 분석도
감시소외부
지난 29일 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 외부에 측정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홍찬 기자
"우리나라 대기 중 원하는 물질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각 성분별로 다른 분석법으로 실시간 진행되고 있습니다. 커피를 맛있게 뽑아내기 위해 커피 머신의 특정 온도와 압력을 맞춰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곳에서 관측된 자료는 우리 기상 포털에 게재될 뿐 아니라 온실가스 세계 자료 센터로도 보내집니다."

지난 29일 찾은 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는 대기 상태뿐 아니라 국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기후, 환경적 요인을 관측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고산 감시소에 동행한 김수민 국립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과 연구관이 가리킨 모니터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주요 온실가스 농도와 대기 중 수증기량 등이 초 단위로 나오고 있었다. 방문 당시 기록된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442.1ppm.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한반도 이산화탄소 배경농도(432.7ppm)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관은 "모든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필터링 과정을 거친 뒤에야 실제 데이터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제주 고산 감시소는 2013년 WMO에서 지정된 감시소로, 온실가스 4종과 성층권 오존 1종을 포함해 모두 26종에 대한 관측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해의 안면도, 남해의 제주 고산, 동해의 울릉도, 남동해의 포항 등 4곳의 감시소가 있다. 감시소는 우리나라 상공에 기후변화 원인물질이 유입되면서 내륙 산업 배출원의 영향을 최소화한 해안가에 세워졌다. 그 중 대한민국 남해상 대기 데이터를 책임지는 곳이 제주 한경면 수월봉 가장 높은 절벽에 위치한 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다.

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시화되자, 세계기상기구(WMO)는 1989년부터 지구대기감시프로그램(GAW)를 통해 세계 대기 성분 변화를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에 현재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540여개 관측소에서 대기 상태를 관측하고 이를 취합해 기후변화 국제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에 반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 지구 대기 데이터는 전세계가 참여하는 중장기 기후 정책을 수립하는 토대가 된다.

내부
김수민 국립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과 연구관이 감시소 내부 측정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김홍찬 기자
감시소 건물 밖에는 공기와 대기복사, 자외선 등을 관측하는 갖가지 측정 장비가 위치해 있었다. 핵심인 온실가스는 불어오는 공기를 외부 흡입 타워로 빨아들인 뒤, 제습장치에서 수증기를 냉각해 제거한다. 순수하게 대기 성분만 남은 공기를 감시소 내부 분석 장치를 통해 이들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관측은 초 단위로 진행되지만, 외부 영향과 일시적인 바람 흐름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즉각 데이터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관측 장비 중에서는 태양 빛에 반사되는 양으로 대기 성분을 측정하는 장비도 있는데, 이날처럼 흐린 날씨에는 데이터 신뢰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고 한다. 이에 수집된 데이터 중 신뢰도가 높은 것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국내 기후정보포털과 WMO로 전송된다.

특히 아직은 대기 중 미량이지만 이산화탄소 등에 비해 기후변화 영향이 매우 큰 플루오린(불소) 계열 성분들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이다. 제주 고산 감시소에 설치된 합성 온실가스 분석실은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등 50여종 합성 온실가스를 정밀 측정한다. 이 정도 수준의 정밀도를 보유한 분석실은 전세계 14곳뿐이다. 온실가스 감시 대상인 염화불화탄소가 국제 규제로 최근 감소하고 있어도, 이를 대체한 신종 합성 물질이 산업 발전과 함께 계속 생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곳에서 측정된 자료는 앞으로의 기후 변화 전망과 실제 기후위기의 증거로 쓰인다"며 "최근 국회에서 추진 중인 '기후변화 적응법'에 지구대기감시 물질 6종에 대한 명칭을 아예 법령으로 만들어 놨는데, 실제 법안이 시행되면 감시 체계도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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