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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호르무즈 봉쇄 후 첫 러시아산 원유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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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5. 03. 13:31

제재보다 에너지안보, 사할린2 원유 4일 에히메 도착전망
韓, 대체조달·비축전략 재점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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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할린 에너지 시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 기조를 유지해온 일본이지만,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 조달 불안이 커지자 제재 대상이 아닌 사할린2 원유를 활용해 에너지 안보 확보에 나선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4일에도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도착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가 된 이후 일본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원유는 러시아 극동 사할린의 석유·천연가스 개발사업인 '사할린2'에서 생산된 것이다. 일본 석유회사 태양석유가 조달했으며,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있는 시코쿠사업소 정유시설에서 받아들일 예정이다. 태양석유와 선박운항정보 공개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해당 유조선은 4월 하순 사할린을 출발했다.

핵심은 이 원유가 서방의 대러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할린2는 액화천연가스(LNG)와 함께 콘덴세이트 계열 원유인 '사할린 블렌드'를 생산한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1·2를 중동 이외의 중요한 에너지 조달처로 보고 권익을 유지해왔다. 경제산업성도 사할린1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 귀중한 비중동 원유 조달처이며, 사할린2는 일본 LNG 수입의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해왔다.

◇제재 원칙과 에너지 현실 사이, 日의 선택
일본의 선택은 명확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서방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사할린 프로젝트는 예외로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일본은 미국산 원유 도입, 나프타 조달처 다각화에 이어 사할린2 원유까지 활용하며 중동 의존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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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안팎을 중동에 의존해온 대표적 에너지 취약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단순히 휘발유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나프타, 석유화학 소재,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 물류비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일본 정부가 정치적 부담이 큰 러시아산 원유까지 수용한 것은 중동발 공급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번 조달은 대러 제재 이탈이라기보다 제재의 예외 공간을 활용한 위기 대응에 가깝다. 사할린2 원유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서방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일본은 사할린 블렌드 반출이 멈추면 사할린2의 LNG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미국 등 주요 7개국에도 예외 필요성을 설명해온 바 있다.

◇韓, 원유·나프타·LNG·석유화학소재를 국가공급망 차원서 대응해야
한국에도 시사점은 크다. 한국 역시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높고, 정유·석유화학·자동차·전자 산업이 나프타와 기초소재 공급망에 깊게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원가와 생산 일정, 수출 경쟁력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일본처럼 사할린 프로젝트 지분과 장기적 조달 구조를 활용하기 어렵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국제 제재 환경, 한미 공조, 국내 여론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특정 국가 의존보다 비축 확대, 미국·중남미·동남아 등 조달처 다변화, 나프타와 석유화학 원료의 대체 공급선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본의 이번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에너지 위기 때 각국이 명분보다 공급 안정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도 호르무즈 위기를 일시적 중동 리스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원유·나프타·LNG·석유화학 소재를 하나로 묶은 국가 공급망 전략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중동 해협 하나가 막히면 동북아 제조업 전체가 흔들리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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