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하루 평균 6.04시간 손자녀 돌봄
53.3% "자녀 사정 탓에 거절 못 해"
육체 피로 73.7%…?"공적 돌봄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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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최근 6개월간 주당 15시간 이상 만 10세 미만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만 55~74세 조부모 106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조부모는 평일 기준 평균 4.6일, 하루 평균 6.04시간 손자녀를 돌보고 있었다.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6.83시간이었다. 손자녀 돌봄이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부모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53.3%는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자녀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은 57.5%, 남성은 44.6%로 여성 조부모의 비자발적 돌봄 경험이 12.9%포인트 높았다.
손자녀뿐 아니라 배우자 등 다른 가족 구성원까지 함께 돌보는 '다중 돌봄' 부담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51.1%가 다중 돌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56.4%, 남성은 40.1%로 이 역시 여성에게 더 높게 나타났다.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조부모 돌봄이 필요한 이유로는 부모의 노동시간과 가족 돌봄을 우선하는 가치관, 사교육 필요 등이 꼽혔다. 공적 돌봄 체계가 있어도 부모의 늦은 퇴근 시간이나 돌봄 시간의 공백을 조부모가 메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손자녀 돌봄이 가족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많았다. 조부모의 81.9%는 손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했고, 68.8%는 손자녀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손자녀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남성 73.6%, 여성 66.5%로 남성이 더 높았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도 남성 48.4%, 여성 41.6%였다.
마경희 선임연구위원은 "조부모 돌봄은 부모의 늦은 퇴근 시간 대응 등 많은 가정에서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부모의 정서적 고립감이나 외로움 해소, 손자녀와의 관계 향상 등 가족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조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자녀 돌봄 이후 육체적 피로감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73.7%였고, 정신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60.4%였다. 기존 질환이나 통증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47.8%에 달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부정적 변화가 특히 여성 노인에게 더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손자녀 돌봄 중단을 생각해 본 조부모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46.8%는 돌봄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49.0%로 남성(42.5%)보다 높았고, 0~1세 손자녀를 돌보는 여성 노인의 경우 54.7%가 돌봄 중단을 생각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중단을 생각한 이유로는 '손자녀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쳐서'가 4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손자녀를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12.1%, '건강이 나빠져서' 10.8% 순이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는 돌봄 중단을 생각하는 이유의 69.6%를 차지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조부모의 손자녀 돌봄이 여전히 많은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그 부담이 특히 조모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조부모의 도움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부모의 돌볼 시간을 보장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 돌봄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