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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사할린 원유, 일회성 아니었다…도쿄만 정유망까지 비상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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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5. 08. 12:02

태양석유 이어 이데미츠코산 계열 후지석유도 수용
韓, 중동의존 수입망 재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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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진=연합뉴스
일본의 러시아 사할린2산 원유 수입이 일회성 조달을 넘어 복수 정유사와 도쿄만 정유망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중동산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제재 예외로 남아 있는 사할린2산 원유를 태양석유에 이어 이데미츠코산 계열 후지석유에도 수용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케이신문은 7일 러시아 극동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원유를 실은 유조선 '보이저'가 지바현 소데가우라시에 있는 후지석유 석유시설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석유는 2025년 11월 이데미츠코산의 자회사가 된 정유사로, 소데가우라 제유소를 거점으로 수도권 석유제품 공급망을 담당한다.

◇日, 제재 예외 통로를 복수 정유사로 확장
보이저는 지난달 24일 사할린 남부 프리고로드노예항을 출항해 이달 4일 에히메현 이마바리 앞바다에 도착했다. 이후 5~6일 이마바리시에 있는 태양석유 시설에서 원유 작업을 한 뒤, 6일 오전 10시30분쯤 출항해 세토내해와 기이반도 앞바다를 지나 태평양을 항행했다. 산케이는 선박 위치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보이저가 8일 오전 소데가우라에 입항하고 9일 오후 도쿄만을 떠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후지석유 측을 관할하는 이데미츠코산은 이번 수입이 정부 요청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 이데미츠코산 홍보 담당자는 산케이에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수용 요청이 있었다"며 "보이저에 의한 수입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석유제품의 안정 공급을 다하기 위해 조달처 다변화에 나서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하기 전까지 전체 수입량의 약 4%를 러시아산으로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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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수석유화학단지. 에너지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에너지 안보를 외교 원칙이나 비축유 숫자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위기 때 어떤 원유를 어디서 들여와 어느 정유망에 넣을 수 있는지까지 따지는 단계로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일본이 러시아산 원유를 다시 들여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사할린2산 자원은 이미 주요 제재에서 예외로 남아 있었다. 일본은 앞서 중동 공급 불안 속에서 이 예외 통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주목할 대목은 보이저의 물량이 태양석유 한 곳에서 끝나지 않고 이데미츠코산 계열 후지석유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정부 요청을 받은 정유사가 복수로 확인되면서, 사할린2산 원유가 단발성 수입이 아니라 비상 조달망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韓, 대체조달선, 원유적합성, 정유·석유화학 거점 공급안정성 종합점검해야
한국에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원유 수입량은 10억2900만 배럴이었고, 이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71.5%였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32.2%로 가장 많았고, 미국 16.4%, 아랍에미리트 13.7% 순이었다. 미국산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국 원유 수입 구조는 여전히 중동 항로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

일본은 이번 위기에서 미국산 원유 확대와 사할린2산 예외 활용을 병행하고 있다. 제재 원칙을 전면적으로 흔드는 것이 아니라, 국제 제재망 안에서 남아 있는 예외 통로를 정부가 조정해 복수 정유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중동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호주·중남미 등 대체 원유 조달선, 정유 설비별 원유 적합성, 울산·여수·대산·인천 등 주요 정유·석유화학 거점의 공급 안정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일본의 사할린 원유 수입은 더 이상 "러시아산을 샀다"는 차원의 뉴스가 아니다. 중동 리스크가 커지자 정부가 제재 예외 통로를 복수 정유사와 수도권 정유망까지 확장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에너지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에너지 안보를 외교 원칙이나 비축유 숫자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위기 때 어떤 원유를 어디서 들여와 어느 정유망에 넣을 수 있는지까지 따지는 단계로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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