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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은행권 출혈경쟁 반복되는 시·도 곳간지기…알짜인가 계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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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승인 : 2026. 05. 14. 10:00

유수정_증명
"예전처럼 무조건 따내고 보자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최근 서울시가 차기 시금고 우선협상 대상 기관으로 신한은행을 선정한 가운데, 입찰 과정을 지켜본 한 은행권 관계자의 말입니다. 올해 서울시금고 입찰에서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기류가 감지됐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지만, 무리한 베팅보다는 수익성과 비용 부담을 함께 따져보려는 기류가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서울시가 이번 입찰에서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 배점을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높이고, 금리 경쟁에 따른 점수 차를 줄여주던 장치까지 없앤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재정 운용의 실효성과 변별력을 높이려는 조치였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금리 경쟁 강도가 한층 세졌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전산·재무 역량이 비슷한 상황에서, 결국 금리와 지역사회 협력 계획이 승부를 가르게 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높은 금리를 제시할수록 은행들의 수익성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는 전언입니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으로 시금고 약정 금리를 공개한 점도 금융권이 부담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향후 다른 지방자치단체 입찰에서도 해당 수준이 비교 기준처럼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체계가 자리 잡으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검토 역시 과거보다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분위기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요 시·도금고는 은행권의 대표적인 '쩐의 전쟁' 무대로 불렸습니다. 수익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주요 지자체의 곳간지기를 맡는 상징성과 브랜드 효과를 위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수주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시·도금고 유치 여부가 기관영업 경쟁력은 물론 내부 평가와도 연결되면서 과열 경쟁이 반복됐다는 말도 흘러나왔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은 지자체 금고를 따냈을 때 얻는 효과와 실제 들어가는 비용을 훨씬 꼼꼼하게 비교한다"며 "상징성만 보고 공격적으로 들어가기엔 부담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지자체 금고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은행들은 여전히 시·도금고 자체보다 뒤따르는 부수 효과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자체와의 협업 사업 참여 기회가 늘어나고 공무원과 산하기관 등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대형 공공금고 운영 경험이 다른 지방자치단체 입찰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도금고가 단순 수익 사업이라기보다 금융사의 상징성과 기관영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무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입니다.

이에 시·도금고를 둘러싼 경쟁은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예정된 16조원 규모의 인천시금고만 보더라도 기존 금고지기인 신한, NH농협은행과 새롭게 존재감을 키우려는 은행들의 수주전이 예고된 상황이죠. 특히 주요 금융지주들의 지역 거점 전략과 기관영업 확대 움직임까지 맞물렸다는 점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합니다.

이처럼 은행들에게 지자체 금고지기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상징성만 보고 뛰어들기에는 비용 부담과 수익성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알짜 사업처럼 보이지만, 막상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계륵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시·도금고 수주전은 누가 더 공격적으로 베팅하느냐보다, 확보한 금고를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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