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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LH 판 깔고 GS 등 대형사 뛰어든다…민관이 키우는 ‘K-모듈러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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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5. 21. 14:56

2030년 최대 4.4조 전망…23년간 연평균 35% 성장
공공 주택 확대 맞춰 민간 투자도 성장 흐름
GS·현대·DL 등 공법·부품 표준화 경쟁 본격화
수익성·표준화 ‘숙제’ 여전…시장 안착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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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공사비 급등과 숙련 인력 부족, 안전관리 강화라는 복합적·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모듈러 건축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공장에서 주요 구조물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 건설(OSC) 방식이 공사 기간 단축, 품질 안정, 인력 효율화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 대비 높은 초기 공사비와 표준화 미비, 수익성 확보 부담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모듈러 건축이 단순한 대안 공법을 넘어 본격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공 발주 확대뿐 아니라 제도 정비와 시장 기반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철강협회 모듈러건축위원회가 아주대학교 프리팹건축연구실에 의뢰해 발표한 '국내 모듈러 시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시장 규모는 60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5570억원 대비 9.0% 증가한 수치다. 2015년 365억원 수준이던 시장이 10년 만에 16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수행된 모듈러 프로젝트는 총 1166건으로, 누적 공사비는 약 2조964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35.4%를 기록했다. 현재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시장 규모는 2030년 최소 1조1000억원에서 최대 4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수요 창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후속 조치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모듈러 건축의 법적 정의 신설을 비롯해 생산·건축 인증 체계 구축, 진흥구역 지정, 규제 특례 부여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담겼다.

공공기관의 발주 확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연간 3000가구, 2030년 이후에는 연간 5000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과 남양주 왕숙2에서는 각각 29층 규모의 모듈러 공동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학교 교실과 기숙사 등 저층 건축물 중심이던 모듈러 시장은 중고층 공동주택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정책 지원에 맞춰 대형 건설사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폴란드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단우드를 인수한 데 이어, 자회사 GPC를 통해 유리섬유보강근(GFRP)과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를 적용한 교량용 모듈러 바닥판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구조 안전성 검증도 완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경기 용인 영덕동에 국내 최고층인 13층 규모 모듈러 공동주택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하며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국내 건설사 최초로 공동주택에 모듈러 엘리베이터를 적용하며 부분 모듈러 공법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모듈형 조립식 욕실 '넥스트 배스(Next Bath)'와 초고층 적용이 가능한 3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DL이앤씨는 한솔홈데코와 공동 개발한 욕실용 건식 벽체 방수 시스템으로 국토부 건설 신기술 인증을 획득하는 등 모듈러 친화형 공법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모듈러 건축이 성숙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모듈러 건축 공사비는 일반 RC 공법 대비 20~30%가량 높은 수준이다. 공장 운영비와 대형 모듈 운송비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로젝트별로 설계가 달라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생산 표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장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이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은 대규모 투자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중견·중소 건설사의 참여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 한국철강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국내 모듈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작사는 총 40개사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실제 사업을 수행 중인 제작사도 20개사 수준으로 집계됐다. 초기 설비 투자 부담과 운영 리스크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형사도 마찬가지다. 국내 모듈러 시장 선도기업 가운데 하나였던 포스코이앤씨 자회사 포스코A&C가 지난해 모듈러 사업 관련 자산과 인력을 전문업체 유창이앤씨에 매각하고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중견사 임원은 "모듈러 사업은 초기 설비 구축에 상당한 자본이 필요한 데다, 공공 발주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대형사도 단기간 내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중견사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확대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공공 발주 확대만으로는 민간 투자와 생산 체계 정착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특별법 제정과 표준화 기준 마련, 인증제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LH·SH 등 주택공급 기관뿐 아니라 코레일, 캠코 등 유휴 부지를 보유한 공공기관의 참여를 확대하고,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듈러 발주·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 발주 확대를 통한 시장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 정책 지원을 본격화할 적기"라며 "선도 사업 확대와 표준화·인증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모듈러 건축이 국내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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