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장 교훈에 방산 조달 패 패러다임 대전환
AI·유무인 복합체계 가로막는 경제성 잣대 폐기… 기준액 3,000억 상향 파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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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무인 드론, 유무인 복합체계(MUM-T) 등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사타 제도가 오히려 '국방 안보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권위 있는 안보 전문지인 디펜스원(Defense One), 디펜스뉴스(Defense News)와 CSIS(국제안보잔략문제연구소), 카네기재단 등 워싱턴 싱크탱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과거 냉전식 조달 절차는 첨단 IT·드론전 시대에 국가 안보의 해악이 된다"고 경고를 쏟아냈다.
구체적으로는 수백억~수조 원이 드는 전투기·함정 중심의 비용-편익 분석(B/C) 잣대로는 수백만 원짜리 FPV 자폭 드론 수만 대를 적시에 도입하는 사업의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민간 상용 기술을 군용으로 급히 전용해야 하는 무기체계의 특성상, 행정 절차에 시간을 빼앗기면 도입 시점엔 이미 적의 전자전 업데이트에 막히는 '기술적 노후화'가 발생한다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지적을 반영하고 있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성능 중심'에서 '속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정부의 사타 면제 제도 개편 움직임과 연결해 방위사업청 (이용철 청장)이 방위사업 획득 및 조달 절차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방산 획득·조달 전문가들 취재와 언론 보도와 기술적 팩트를 기반으로 집중 분석했다.
◇ 500억 족쇄에 갇힌 K-방산, "조사 받다 기술 노후화"
현행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신규 무기 도입 사업은 예외 없이 사타를 거쳐야 한다. 재정 낭비를 막고 사업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안보 현장과 방산업계에서는 이 '500억 원'이라는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대 방위사업은 고도의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웬만한 중소형 무기체계 개발·도입 사업도 수백억 원을 가볍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현행 500억 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체 방위사업의 무려 77%가 사타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사타 일정을 조율하고 기획예산처 등 관계 기관의 심의를 거치는 데 보통 수개월에서 길게는 1~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되었듯 민간의 드론 기술이 몇 달 주기로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에서, 2년 전 기획한 무기를 도입하기 위해 여전히 사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구조로는 미래 전장을 대비할 수 없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K-방산의 국방 전력 전문가인 이준곤 교수(건국대 방위사업학과)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고도의 기술 서플라이 체인이 초 단위로 움직이는 시대다. 사타 과정을 밟다가 막상 전력화 시점에는 이미 '한 세대 뒤처진 무기'를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예산 절감의 논리가 국가 안보의 골든타임을 갉아먹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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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방산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 역시 한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 전문 매체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언급하며 "전장 환경의 실시간 피드백을 무기 조달에 얼마나 빨리 반영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특히 자율형 FPV(1인칭 시점) 드론이나 전자전(EW) 장비 같은 저비용·고효율 첨단 장비들은 정형화된 비용-편익 분석(B/C) 중심의 전통적 사타 방식으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 군사 안보적 시급성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경제성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사업 방향이 외부에 노출되거나 전력화 시기를 놓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준곤 교수는 방사청이 추진하는 이번 개선안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두 갈래로 분석했다.
첫째, 안보상 시급한 추진이 필요하거나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혁신 사업에 한해 사타를 과감히 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방위사업법 개정)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둘째,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타 대상 기준 금액 자체를 현행 500억 원에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이다.
방사청은 과거 국방위 보고 등에서 현실적인 물가 상승폭과 방위사업 규모를 고려해 기준점을 3,000억 원 수준까지 올려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기준이 상향되면 규제 대상 사업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행정 소요가 급감하게 된다.
전력화 기간 단축, K-방산 '수출 드라이브'에도 날개 달까
이번 패스트트랙 도입은 단순히 국내 전력 조달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K-방산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종출 대표)의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과정에서도 전력화 시기를 맞추기 위해 '전투용 적합 잠정 판정' 일정을 당겨 양산 사타를 신속히 진행했던 전례가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 면제 대상이 확대되고 절차가 융통성 있게 변모한다면, 내수 전력화 속도 고조는 물론 국내 방산 기업들의 '민간 첨단 기술 융합'과 '수출 맞춤형 무기체계 신속 개발'에도 엄청난 시너지가 예상된다.
방사청은 임차·구독형 획득 방식 도입 및 수출 목적 민간 제품에 대한 시험평가 수행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며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다만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스크리닝 장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숙제다.
기획예산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예산의 투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안보의 기민함을 살리는 세부 가이드라인 수립이 향후 법 개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방산 전문 법무법인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방산 물자 조달의 패러다임을 효율성 중심에서 효과성과 적시성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사타 면제 확정 및 규제 완화 추진은 대한민국 군 전력의 첨단화와 방산 안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