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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어디까지 확장되는가…경계 허무는 동시대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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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6. 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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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AI·설치미술·전통 넘나드는 무용 실험 이어져
기술 융합 속에서 다시 '몸의 감각' 주목하는 흐름도
한여름
스웨덴 출신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 중 한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동시대 무용은 단순한 움직임의 예술에 머물지 않는다. 몸의 움직임을 중심에 두되 연극과 설치미술, 영상과 AI, 전통예술과 철학적 담론까지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공연예술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무용수의 몸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사가 되고, 무대는 거대한 설치 공간으로 변모하며,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감각적 경험의 내부로 들어간다. 올여름 국내 공연계에 잇따라 오르는 화제작들은 이러한 동시대 무용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대 무용에서 두드러지는 흐름 가운데 하나는 장르 간 경계의 붕괴다. 과거 무용이 신체 움직임 자체의 미학에 집중했다면 최근 작품들은 연극적 서사와 시네마적 리듬, 디지털 기술과 공간 연출을 결합하며 훨씬 복합적인 무대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움직임은 더 이상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조명·음향·영상·텍스트와 뒤섞이며 하나의 총체적 감각 경험으로 작동한다.

이달 무대에 오르는 해외 현대무용 화제작들은 이러한 흐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캐나다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와 스웨덴 출신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의 대표작을 잇달아 선보인다. 서로 결은 다르지만 두 안무가 모두 동시대 무용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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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기반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의 '어셈블리 홀' 중 장면. /LG아트센터 서울
크리스탈 파이트와 조너선 영의 '어셈블리 홀'은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이다. 캐나다 현대무용단 키드 피벗의 예술감독인 크리스탈 파이트는 배우이자 극작가 조너선 영과 협업해 인간 내면의 불안과 폭력, 기억과 환상을 심리극 형태로 풀어낸다. 대사와 움직임, 음향과 조명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집단 무의식처럼 작동한다.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해부하는 움직임 때문에 그의 작품은 종종 "춤추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은 무대를 거대한 설치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하지만 전통적 발레 문법보다는 압도적 시각 체험에 가깝다. 무대 위에 실제 건초가 쏟아지고 대규모 군무와 유머, 환상적 장면이 쉼 없이 이어지며 공연장은 거대한 축제의 장처럼 변모한다. 에크만은 물과 종이, 공과 짚 같은 재료를 무대 위에 대규모로 활용하는 설치적 연출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창작 무용 역시 기술과 몸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선보이는 김보라 안무의 '내가 물에서 본 것'은 보조생식기술(ART)을 경험한 안무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몸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기술과 제도,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몽유도원무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 중 한 장면. /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오늘의 공연언어로 번안한 작품이다. 차진엽 안무가는 한국적 산세의 흐름을 신체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미디어아트와 전자음악, 생성 알고리즘 기반 영상을 결합했다. 점군데이터(point cloud data)를 활용한 영상은 살아 움직이는 수묵 공간을 구현하고 무용수의 몸은 그림 속 산수처럼 이어진다.

국내 무용계에서도 이러한 장르 확장 실험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발레단은 강효형 안무의 '인 더 뱀부 포레스트(In the Bamboo Forest)'을 통해 국악과 전자 사운드, 한국적 정서를 현대 발레 문법과 결합했고, 국립발레단 역시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INFRA)'와 글랜 테틀리의 '봄의 제전'을 통해 영상·음악·극적 신체성을 결합한 현대 발레의 흐름을 선보였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동시대 무용은 연극·영상·AI 기술·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 언어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확장되고 있다"며 "특히 공간과 시각적 체험, 복합 장르적 경험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확장이 단순한 기술 결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장 평론가는 "순간적인 시각적 충격이나 기술적 화려함은 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예술적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해외 공연계에서는 오히려 '백 투 더 바디(Back to the Body)', 즉 인간의 몸 자체로 다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평론가는 "무용은 결국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예술"이라며 "기술과 장르 융합이 계속되더라도 관객은 결국 몸이 만들어내는 진짜 감각과 에너지에 가장 강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 뱀부
서울시발레단이 선보인 강효형 안무의 '인 더 뱀부 포레스트(In the Bamboo Forest)'. /세종문화회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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