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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한 폭행·괴롭힘 잡는다…이주노동자 익명신고·전담팀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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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6. 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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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 발표
모국어 익명 설문·인권리더로 피해 조기 포착
100곳 추가 감독…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도 추진
이주노동자지게차
전라남도 나주시의 한 벽돌 생산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지게차 화물에 묶인 채 들어올려지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전남 나주 지게차 가혹행위와 경기 화성 에어건 사건 등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익명 신고와 전담팀 신설을 골자로 한 대응체계를 내놨다. 폭행·괴롭힘 우려 사업장 100여곳에 대한 추가 감독에도 나서지만, 노동계는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 등 근본 대책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명을 넘어서며 산업현장의 주요 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언어 장벽과 낯선 제도, 고용·체류 불안 등으로 피해를 입고도 신고나 상담에 나서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노동부는 우선 이주노동자가 모국어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익명 설문조사를 상시 운영한다. 노동포털 '재직자 익명제보센터'에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항목을 새로 만들어 언제든 익명으로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한다. 조사와 제보 결과는 지도점검과 감독으로 연계된다.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 '외국인 인권리더'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각 지역에서 한국 생활과 근로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6월 중순부터 모집해 위험 사례를 지방노동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긴다. 올해 50명 규모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는 200여명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노동부는 현재 전국 150곳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정기감독에 더해 6월부터 인권침해 우려가 높은 지역과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폭행·괴롭힘 특화 기획감독을 100여곳 추가 실시한다. 익명조사와 인권리더 등을 통해 포착된 인권침해 사례는 즉시 점검·감독으로 연계하고, 지방노동관서와 지방경찰청,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간 핫라인도 구축한다.

권리구제 체계도 보강한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밀집지역 14개 지방노동관서에 '이주노동자 전담팀'을 신설해 인권침해 사례 감독과 조사 대응을 총괄하도록 했다. 피해 노동자와 가해자를 신속히 분리하기 위해 인근 쉼터 연계 지원도 강화한다. 매주 공인노무사 등이 고용센터에서 '출장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다국어 상담원과 연계해 상담과 신고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신고·상담의 날'도 계속 운영한다.

사업주와 관리자에 대한 인식 개선도 병행한다. 외국인 고용 취약사업장을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 대상에 포함해 사업주가 고용실태를 자율 점검하도록 하고, 소통·갈등관리·인권보호 등 특화 노무관리 컨설팅을 실시한다. 외국인 고용 사업주에게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와 유의사항 등을 담은 권익보호 안내문을 매분기 발송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나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경우 원활하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체류자격별 주관부처가 달라 생기는 노동조건 보호와 산업안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취업, 근로조건 개선, 산업안전 등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피해 발생 이후 신고와 조치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행 고용허가제 아래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원칙적으로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바꾸기 어렵고, 임금체불·폭행·성희롱 등 피해를 입증해야 예외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노동계는 위험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사업장을 떠날 수 있어야 인권침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이주노동자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권익 역시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이 다가가기 어려웠던 신고와 권리구제의 문턱을 낮추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더 빠르게 포착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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