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 등 전통 해체와 재구성 실험 활발
장광열 평론가 "중요한 건 세계 무대서 통할 작품의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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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국립무용단과 국립창극단 등이 선보이는 신작들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공통점은 전통을 과거의 유산으로 다루지 않고 동시대 창작의 재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전통의 외형을 반복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정신과 미학을 현재의 감각으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탈바꿈'은 그 흐름의 최전선에 있다. 이재화 안무가는 강령탈춤, 봉산탈춤, 고성오광대 등 전통 탈춤에서 움직임의 모티프를 가져오면서도 익숙한 형식을 과감히 해체했다. 무대에는 전자음악과 밴드 사운드가 사용되고 LED 탈이 등장한다. 전통 탈춤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탈이 지닌 상징성과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안무가는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한복이나 국악 같은 전통적 형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정서와 경험 속에서 한국성을 다시 발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탈춤에서 발견한 '버티고 이겨내는 몸'의 서사에 주목했다. 탈춤이 단순히 흥겨운 놀이가 아니라 삶의 고단함을 견디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오늘의 시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효명'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사례다. 작품은 조선 후기 효명세자를 소재로 삼아 궁중정재를 공연의 중심에 배치했다. 안무가 김재덕은 춘앵전과 검기무 등 궁중무용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변주하면서도 음양과 자연의 질서 같은 동양적 사유를 움직임 안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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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국공립 예술단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무용단은 올해 '스피드'를 통해 한국무용의 핵심 요소인 장단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고, 서울시발레단은 창작 신작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대나무의 미학과 국악·전자음악을 결합한 K-컨템퍼러리 발레를 선보였다.
음악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강산에, 선우정아, 안예은 등 대중음악가와 국악 연주자들의 협업을 통해 민요와 판소리, 전통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통음악 역시 더 이상 특정 장르 안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언어와 만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전통의 현대화 자체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가장 오래, 가장 다양하게 시도해온 나라 중 하나"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전통을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결과물이 얼마나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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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평론가는 전통예술의 현대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로 '독창성과 보편성의 결합'을 꼽는다. "탈춤과 농악, 궁중무용 같은 한국 고유의 전통은 세계 무대에서 차별화된 독창성이 될 수 있다"며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움직임의 완성도와 예술적 감동이라는 보편성을 갖춰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무용단의 '탈바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투어링 K-아츠' 사업에 선정돼 오는 10월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전통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해외 무대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