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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트럼프 전문직비자 10만달러 수수료 제동…이민 제한정책 항소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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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6. 0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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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법원 "의회 위임 없는 불법 세금"...H-1B 수수료 전국 무효화
조치 후 신청 납부 85건 그쳐…기술기업·교육·의료계 부담 완화
백악관 즉각 항소 방침…엇갈린 1심 판단·추가 소송 변수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1억5300만원)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 연방법원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청 수수료 10만달러(1억5300만원) 부과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전국적 효력을 무효화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법의 리오 소로킨 판사는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소속 20개주(州)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의회의 필수적인 권한 위임 없이 부과된 불법 세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H-1B는 전문직 외국인을 고용할 때 쓰는 취업비자로 연간 일반 6만5000건과 미국 석사 이상 2만건 등 총 8만5000건이 배정되고, 통상 3년 체류가 허용되고 연장을 통해 최대 6년까지 머물 수 있다.

미 이민국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2025년 9월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ICE 영상 캡처
◇ 미 연방지법 "전문직 취업비자(H-1B) 10만달러 수수료, 의회 승인 없는 불법 세금"

소로킨 판사는 "10만달러 지급의 본질과 적용을 살펴보면, 그 이름이 무엇으로 불리든, 세금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며 해당 수수료 요건을 전면 취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수수료가 세금이 아닌 '규제 납부금(regulatory payment)'에 해당하며 대통령이 이민법상 외국인 입국을 제한할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로킨 판사는 행정부가 이 용어에 대한 정의·판례·근거 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근거 없는 독단적 주장(ipse dixit)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소로킨 판사는 이 수수료가 공식 고지와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급히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소로킨 판사는 대통령이 명시적 법률 위임 없이 세금이나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논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하면서 행정절차법(APA)을 근거로 해당 수수료 요건을 전국적으로 무효화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행정부가 구제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소로킨 판사는 이 주장도 배척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이 외국인 고숙련 인력 고용에 의존해 온 기술 기업들에 부담을 덜어줬다고 분석하면서 아마존·타타컨설턴시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애플 등 H-1B 활용 규모가 큰 기업들이 영향권에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H-1B 최저임금 상향과 고임금 신청자 추첨 우대 등 추가 개편도 추진해 왔다고 블룸버그·로이터가 보도했다.

NYT는 연방 법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이민 제한 정책이 의회가 제정한 연방 이민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로킨 판사의 이번 판결은 이민서비스국이 취업 허가 등 각종 이민 신청을 동결하도록 지시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다른 연방판사가 무효화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전문직 비자
미국 '전문직 비자(H-1B)'를 할당받은 상위 10위 미국 기업./미국 이민국(USCIS) 자료 캡처
◇ 트럼프 행정부, 신규 H-1B 신청에 10만달러 부과…납부 85건 그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1일 H-1B 신규 신청에 10만달러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통령 포고에 서명했다. 기존 H-1B 신청 비용은 추첨 등록비 215달러(32만8000원)와 신청 수수료 5000달러(764만원) 이상으로 구성됐다고 WSJ가 전했다.

새로운 수수료는 행정부가 연장하지 않으면 1년 뒤 만료되는 한시적 조치였다. 수수료 인상 이후 지난 2월 15일까지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에 10만달러 수수료를 납부한 건수는 85건에 그쳤다. 다만 이 수수료는 미국 내에서 학생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의 H-1B 전환 신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 20개주, 교육·의료 인력난 악화 주장…기술기업도 적용 범위 혼란

캘리포니아 등 20개주 법무장관은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공립대학·학교·병원의 전문인력 확보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인상 발표 직후 일부 기업은 행정부가 수수료가 신규 청원에만 적용된다고 해명하기 전까지 H-1B 보유 직원들을 서둘러 미국으로 복귀시키는 혼란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H-1B 프로그램이 "미국 근로자를 저임금·저숙련 외국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용돼 왔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세력 내에서도 시각은 엇갈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기술 업계 인사들은 H-1B가 혁신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마가(MAGA) 등 강경 지지층 일부는 미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고 비판해 왔다.

한편, 지난 3월에는 초당파 의원들이 외국 의료인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아직 상·하원 어느 쪽에서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라고 NYT가 보도했다.

◇ 백악관 항소 예고…엇갈린 1심 판단 속 법리 공방 확대

이번 판결에 대해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어떤 외국인 집단의 입국도 제한할 명확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번 명령도 이에 해당한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로저스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워싱턴 D.C.의 버릴 하웰 판사가 같은 사안에서 대통령의 수수료 부과 권한을 인정하는 반대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소송 외에도 미국 상공회의소와 간호사 채용업체가 각각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2월 기각 판결에 불복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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