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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표심엔 뜨고 정책엔 길 잃는 금융기관 이전론…내부 불안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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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6. 06.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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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금융기관 지방 이전론이 되살아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중심지 조성이라는 명분은 매번 비슷하지만, 정작 어떤 금융 기능을 어디에 모을지에 대한 정책 방향은 흐릿합니다. 정치권은 표심을 겨냥해 이전 카드를 꺼내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허브 전략의 중심을 분명히 세우지 못하면서 해당 기관에는 거취 불확실성과 조직 불안만 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은 사람과 정보, 자본, 의사결정 기능이 한 곳에 모여야 작동하는 산업입니다. 뉴욕 월스트리트와 런던 시티, 홍콩 센트럴, 싱가포르 금융지구가 금융허브로 불리는 이유도 집적효과에 있습니다. 운용사와 법률·회계·컨설팅 인력이 밀집해 정보와 자본, 거래가 빠르게 오가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간판만 옮긴다고 금융허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국내 금융중심지 논의는 이 지점에서 자주 엇나갑니다. 서울과 부산 금융중심지도 아직 글로벌 금융허브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제3금융중심지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거점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설계보다 새 거점을 어디에 둘지가 먼저 정치 쟁점이 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금융기관 이전론은 주요 지역 공약으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기업은행 대구 이전이 각각 지역경제 활성화 카드로 거론됐습니다. 전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기반으로 한 제3금융중심지 논의가 속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이전론의 온도는 달라졌습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이전을 주장하던 후보가 낙선하면서 당장 힘이 붙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기업은행 대구 이전도 법 개정과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습니다. 선거판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카드로 쉽게 거론되지만, 정책 단계에서는 훨씬 복잡한 문제로 남는 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이전 논의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정책 기준의 부재를 꼽습니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어디로 옮길지'를 말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무엇을 키울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이전 논의는 금융허브 전략이라기보다 기관 배치 논쟁에 가깝다"며 "어느 지역으로 옮길지가 아니라 어떤 금융 생태계를 만들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사이 금융기관 구성원들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 기능을 따지기에 앞서 삶의 터전과 가족의 거취가 걸린 문제"라며 "선거가 끝나 논의가 잠잠해진 듯 보여도 언제 다시 떠오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의가 잠잠해져도 구성원들의 불안은 다음 선거까지 이월되는 셈입니다.

지역 균형발전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기관 이전만을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금융중심지도 지역경제 활성화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금융기관은 정책금융과 시장, 기업을 잇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어떤 금융 기능을 키우고 어떤 산업 생태계를 만들지에 대한 설계가 먼저입니다. 중심 없는 이전론이 반복될수록 흔들리는 것은 특정 기관만이 아니라 금융정책의 신뢰입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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