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비, 영·프 합산 추월 가능성…일본, 장거리 미사일·무기수출 확대
WSJ "유럽 방산 붐, 인력난·부동산 폭등으로 지역사회 분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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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 중국·러시아 위협이 재무장(rearmament)을 밀어붙이는 핵심 배경이다. 유럽에서는 방산 붐(defense boom)이 일자리와 지역 갈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 제2차 세계대전 추축국에서 방위 협력으로…독일·일본, G7 계기 군사 협력 가속
독일과 일본은 이번 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군사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40년 추축국(Axis powers)으로 함께 묶였던 독일과 일본은 패전 이후 미국에 안보를 크게 의존해 왔으며 냉전 종식 이후 독일은 특히 국방보다 복지 지출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미국에 대한 경계가 되살아났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군사·경제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 공약 이탈 위협이 재무장을 가속했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노하우와 기술, 드론·헬기 등 무기를 공유하는 방위 파트너로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으며 이번 G7 에비앙 정상회의에서 협력 모멘텀이 한층 가시화될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NYT는 이번 협력이 '추축국 부활(Axis redux)'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원하고,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경계하는 방어적 재무장이라는 것이다. 두 나라는 과거 적국이었던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G7 중견국들과 함께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나라들이 더욱 가까이 뭉쳐 우리가 무엇을 위해 서 있는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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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취임 직전 정부 차입 제한을 중단하는 조치를 관철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향후 수년 안에 독일의 국방 지출이 프랑스와 영국의 합산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독일은 또한 우크라이나와 신무기 개발·배치에서 긴밀히 협력했고, 프랑스에 핵 억지력 제공을 요청했다.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해 민족주의적 군 재건 공약을 내세워 집권한 뒤 중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일본 남부에 배치하고, 전후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폐기했다.
일본의 올해 방위예산은 약 580억달러(87조4700억원)로 세계 상위권이며 호주와 65억달러(약 9조8000억원) 규모의 군함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필리핀·인도네시아와도 군함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을 제2차 세계대전식 군국주의 부활로 비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대해 "어떤 나라도 이제 혼자 자국의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며 "80년 이상 이어온 평화국가 노선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반박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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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독일이 재무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독일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3분의 2가 국방비 증액을 지지하고 있으나, 징병제 없는 독일군이 청년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아울러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올봄 수만 명이 다카이치 총리의 무기 수출 확대와 국가정보기관 신설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전쟁 포기를 명시한 헌법 9조 폐지 우려가 시위의 핵심 동력이라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방위비 증액을 환영하면서도, 일본을 점령·통치했던 맥아더 장군을 거론하며 재무장된 일본에 대해 "맥아더 장군이 이를 긍정적으로 봤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독일 베를린의 국제안보연구소(SWP)의 일본 전문가 알렉산드라 사카키 연구원은 "징병제 같은 정책까지 도입될 경우 사회 전체가 군과 맺는 관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과 독일은 대중이 그 군사적 비전을 지지하도록 만들 준비가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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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의 재무장 움직임뿐만 아니라 유럽 내 방산 붐의 주요 배경이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방산 붐이 지역사회 재건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불평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항구도시 배로인퍼니스에서는 미국·영국·호주 3국 안전보장 파트너십 '오커스(AUKUS)' 협약에 따라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가 핵추진 공격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54억달러(8조1400억원) 규모 계약을 수주하면서 고용 인원이 1만4000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높은 임금을 좇아 정비공·운전 강사·간호사 등이 조선소로 이탈하면서 지역 인력난이 심각해졌고,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한 현지 식당 매니저는 "대량파괴무기는 있는데 미장이가 없다"고 개탄했다. 한 바텐더는 "(방산 붐이) 이 마을을 만들고,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베르제라크에서는 폭발물 제조사 유렌코(Eurenco)가 2억유로(3500억원)를 투자해 직원을 200명에서 600명으로 늘리고 연매출을 1억9000만유로(3320억원)에서 5억8000만유로(약 1조145억원)로 3배 이상 끌어올렸으나, 상당수 직원이 외지에서 통근하고 조립 공정이 자동화돼 지역민 고용 효과는 미미하다고 WSJ는 보도했다.
아울러 2022년 공장 폭발 사고로 8명이 부상했고, 불법 드론이 공장 상공에서 포착되면서 이주민들이 거주를 재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파비앙 뤼에 베르제라크 시장은 "우리는 그냥 구경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