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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녕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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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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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소설이 그리는 '옥 같이 섬세한 사회적 문제의식'에 공감
어설픈 정책보다 신자유주의 탓하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분석은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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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때 인터넷 밈과 방송에서 '닭고기 아줌마'란 말이 유행했다. 가수 성진우가 1994년 발표한 노래 "다 포기하지 마"의 첫 소절이 "닭고기 아줌마"로 들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성진우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인기 작가 김애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고 했어'에 실린 동명의 단편도 비슷한 맥락이다. "암 영, 아 노~(I'm young, I know)"에서 '암 영'이 '안녕'으로 들렸다는 얘기다. 이는 1968년에 결성된 스코틀랜드의 하드 록 밴드 나자레스(Nazareth)의 '사랑이 아프게 하네(Love Hurts)' 가사 일부다. 소설의 주제도 나자레스의 노래가 아니다. 오래전 연인과 헤어지고 얼마 전 어머니를 막 떠나보낸 주인공 은미가 온라인 영어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김애란은 언어를 매우 감각적으로 다룰 줄 안다. 전혀 무관하지는 않지만 다소 엉뚱한 제목을 붙이는 것도 멋있다.

김애란의 작품세계는 그는 특히 삶의 일상성과 정체성, 세대 간의 문제, 가족, 계급, 빈부 격차, 경제적 불안, 박탈감, 삶의 상처와 회복의 가능성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삶에 대한 직시,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 내면의 깊이를 섬세하게 다루는 문학적 성찰이 중심이다. 소설을 통해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문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탁월하다. 그래서 비록 그의 소설 읽기가 지적·감정적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그가 지적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의 '사회적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듯, 소설 말미 295면 이하, '네 이웃의 돈을 네 돈과 같이'에서 김애란을 '사회학자'로 규정한다. 물론 작가가 극작과에 적을 두었으니 '사회학자'는 아닐 테지만, 이 평론은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라고 썼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빗방울처럼'도 제목과 내용을 엇갈리게 하는 작가의 버릇이 나타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 중 하나다. '빗방울'이 주제가 아니라 '전세 사기'와 가족 해체가 주제다. 소설 속 젊은 부부는 집주인이 선(先)순위 고액 대출을 받아 그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빠진다. 손해를 막아보고자 어쩔 수 없이 그 전셋집 경매에 참여하여 낙찰받고 집의 소유자가 되지만, 계획에 없던 집을 사려고 빌린 과도한 대출금을 갚느라 생활이 엉망이 된다. 남편 수호는 새벽 3시 대리운전을 하던 중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 경색으로 사망하는데, 주머니에서 '심야 분식 짜장면 1개, 3,500원'이라 적힌 쪽지가 나온다. 아내 지수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기를 결심하며 망가진 삶의 회복 가능성을 보이는데, 독자를 배려한 결말이다. 이 소설에서 김애란은 스스로 내 집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한국 청춘의 현실을 얘기하지만, 그 이유를 분석하거나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다만 이 멋진 소설에 백벽미하(白璧微瑕)-하얀 옥에 묻은 얼룩-이 하나 있다. 위 신형철의 평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 평론가는 한국 청춘의 현실을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린다. 그는 299면, 305면, 312면 적어도 세 군데서 '신자유주의'를 거론한다. 도대체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대략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중시하며, 규제 완화, 민영화, 정부의 시장 개입 축소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900년대 후반의 경제사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 정부는 경제 운영에 있어 신자유주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한국은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에 맞춰 경제에 신자유주의가 도입됐고, 김대중 정부는 이를 제도화했다. 노무현 정부가 희석화를 시도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강화되었다는 데 학자들의 견해가 대략 일치한다. 이후 문재인·이재명 정부 들어, 특히 부동산과 관련하여 대출 규제·세제 강화·공급 주도 등 강력한 국가 개입 기조는 분명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거리가 멀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정부는 2025년 6·27 수도권·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전입하도록 의무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및 보증 축소를 포함한 대출 규제, 10·15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 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 2026년 5·9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확정했다. 오는 7월에는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정비를 예고했다. 전세 공급이 압박을 받으면서 전세가가 급등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70주 연속 오르며 역대 두 번째로 긴 상승 기록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8번 발표했고, 이명박 정부는 3번, 박근혜 정부는 5번 발표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28회 발표했다. 과거 정부가 많은 어설픈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결과는 어떠했나? 시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답했다. 자산의 가치를 치솟게 하여 자산가들을 더 부자로 만들었고, 집 없는 사람이 집을 가지기는 어렵게 됐고 빈부 격차는 확대됐다. 치명적인 것은 '똘똘한 한 채'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한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서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것 같이, 전 국민이 서울에, 그것도 강남에 집을 가져야 한다는 욕망을 부추겼다.

신자유주의를 탓하기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실패한 부동산 정책 등이 한국의 빈부 격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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