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기대감에 국제유가·운임 안정세
호르무즈 불확실 해소에 물류망 숨통
업계 "현장 반영까지는 상당시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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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그동안 국제유가에 반영됐던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3.52달러(당일 기준), 한국 도입 기준인 두바이유는 86.93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가시화되면서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물류 안정은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만큼 업종별로 이해득실도 엇갈릴 전망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정유업계다. 정유사는 원유를 구매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석유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통상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유가 상승기에는 저가 원유 재고가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며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반대로 보유 재고 가치가 떨어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높은 가격에 도입한 원유를 낮아진 시세에 맞춰 판매해야 하는 역래깅 효과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약세가 이어질 경우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GS칼텍스)가 고유가 효과에 힘입어 대규모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유가 하락 국면에서는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의 관심은 정부와 진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협상에도 쏠리고 있다. 업계는 국제유가 급등기에 확보한 원유의 도입 원가와 가격 통제로 인한 기회비용이 보전 기준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실제 생산·공급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최종 보전 규모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상대적으로 수혜가 기대된다.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유가 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원재료 부담이 완화되면서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환율 안정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항공사는 통상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항공유, 해외 공항 이용료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 안정은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유류할증료까지 낮아질 경우 항공권 가격 부담이 완화되면서 3분기 여름 성수기 해외여행 수요 확대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도 국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글로벌 자동차 소비 심리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동을 전략 시장으로 육성해 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수혜가 기대된다. 중동은 연간 200만대 이상 수요를 가진 시장으로,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약 16% 점유율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쟁 여파로 중동 판매가 감소했지만, 종전으로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주춤했던 연간 5만대 생산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도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시름하던 해운업계 역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원양 컨테이너선 사업을 운영하는 HMM의 경우 중동 항로 정상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그동안 일부 선박은 안전 확보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연안에 가까운 항로를 이용하면서 운항 효율이 떨어졌지만, 상황이 안정될 경우 평소처럼 중앙 해역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유가 자체보다 공급망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며 "다만 국제유가 안정 및 물류망 정상화 효과가 산업 현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