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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시인, 유년시절 따스한 기억 산문집 ‘안녕’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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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 기자

승인 : 2026. 06. 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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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된 고향 '범바우', 슬픔 대신 아홉 살 소녀의 반짝이던 날들
농촌의 사계절과 사람 냄새 나는 풍경 등 다음 세계에 전해
가장 투명하고 순수했던 시절의 ‘온기’ ‘사람 냄새’ 가득
박소영 시인 산문집
박소영 시인 산문집/박소영 시인
박소영 시인이 9살 어린 소녀시절 수몰된 고향 '범바우'에서 겪었던 삶의 풍경을 슬픔이 아닌, 반짝이던 날들로 되살려 내며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채웠다. 그의 산문집 '안녕'은 전북 진안군 용담면, 지금의 용담호 아래 물속에 잠긴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지난 2001년 용담댐 건설로 저자의 집과 전답, 그리고 유년의 풍경은 차가운 물빛 아래 가라앉았다. 가택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마당도, 소달구지가 오가던 신작로도 이제는 지도에서 사라진 기억이 됐다. 그러나 '안녕'은 수몰된 고향의 비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곳을 뛰어다니며 계절을 온몸으로 살아냈던 소녀의 반짝이는 시간들을 다시 불러낸다.

생강나무꽃이 피던 봄, 호암천에서 멱을 감던 여름, 풍성한 수확과 마을 잔치가 이어지던 가을, 아랫목에 둘러앉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겨울까지. 저자는 사라진 공간을 슬픔 속에서 애도하기보다 한 시대의 감정과 삶의 방식, 공동체의 관습과 사람들의 온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안녕'은 한 개인의 유년 회고를 넘어, 이제는 희미해져가는 농촌의 사계절과 사람 냄새 나는 삶의 풍경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따뜻한 기억의 기록이다. 가장 투명하고 순수했던 시절 온기와 사람 냄새로 가득 채워 독자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빛나는 대목은 저자의 유년시절을 채운 외가 '새집'과 범바우 마을의 원형적 풍경이다. 범바우의 생생한 풍경들은 '짐장', '모팅이', '지둥'처럼 표준어로 다듬어지지 않은 용담의 말씨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으며, 독자들을 어느새 물장구 소리 가득했던 호암천과 꽃내음 번지던 논두렁길로 이끈다.

밤이 되면 용마루에 앉아 마을을 지키던 수리부엉이의 의젓한 자취와, 아랫목에 둘러앉아 외할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가며 가족의 안녕을 빌던 정성 어린 기도까지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자가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고향의 풍경이 아니다. 서로의 삶을 살뜰히 돌보던 공동체의 온기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던 생활의 리듬, 그리고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의 경이로움이다. 책은 독자를 단숨에 가장 투명하고 따뜻했던 유년의 기억 속으로 데려다 놓으며, 오래전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박소영 시인은 "이 책은 지나온 시간과 오늘의 나를 이어 다시 삶을 흐르게 하는 말"이라며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는 고통스러운 항암의 시간 속에서도 저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터전을 내어주고 담긴 그 물은 다시 여러 지역으로 흘러가 사람들의 삶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소영 시인은 1955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대전대 문예창작학과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시를 전공했다. 충남대 일반대학원에서 회화(서양화)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해 시집 '둥근 것들의 반란' '사과의 아침' '나날의 그물을 꿰매다'를 출간했다. 현재 수몰된 고향 용담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삶, 사라진 마을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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