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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울산과 포항의 산업현장을 잇달아 찾았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생산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협동로봇이다. 과거 숙련 용접공이 직접 수행하던 작업을 이제는 로봇이 맡고 있다. 로봇은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용접 위치를 스스로 인식했고, 작업자는 용접기를 잡는 대신 여러 대의 로봇을 관리하고 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비정형 산업이다. 자동차처럼 동일한 제품을 반복 생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선박마다 설계와 크기, 작업 환경이 모두 다르다. 그동안 조선업이 자동화의 마지막 영역으로 불렸던 이유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AI와 로봇이 숙련공의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며 생산혁신을 이끌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고로 주변을 순찰하는 사족보행 로봇은 열화상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설비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열 구역을 대신 오가며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역할이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도 인상적이었다. 이 로봇은 약 1500도에 달하는 쇳물의 온도를 측정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는 작업자가 직접 수행하던 일이다. 쇳물 앞에서 작업해야 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높은 숙련도도 요구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해 작업자의 안전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비슷했다. 배터리 소재 생산공장에서는 AI가 품질을 예측하고 설비 이상을 진단하는 시스템 구축이 한창이었다. 과거 작업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판단이 데이터와 AI의 지원을 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이야기할 때 일자리 감소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도 AI와 로봇이 사람의 역할 일부를 대체하는 모습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변화는 조금 달랐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위험한 작업이었다.
최근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열·고압 설비가 밀집한 제철소와 초대형 구조물을 다루는 조선소는 특히 위험도가 높다. 이런 환경에서 AI와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인 동시에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부가 M.AX를 통해 제조업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숙련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위험한 일부터 로봇이 맡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I가 제조업의 미래를 바꾼다고 하면 거창하게 들린다. 하지만 울산과 포항에서 목격한 변화는 의외로 소박했다. 사람이 쇳물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용접 불꽃에서 조금 더 멀어지는 것. 제조업 AI의 가치는 생산성 향상 수치보다도 그 작은 거리의 변화에 있을지 모른다.
결국 AI와 로봇이 만드는 제조업 혁신의 본질은 사람을 현장에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울산과 포항의 공장에서 시작된 변화는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