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DP 러의 약 8배·러 대중 교역 비중 40%…경제 역학 완전 역전
"성에서 영접한 뒤 돌려보냈다"…북한·스파이 문제로 '한계 없는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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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시 주석 집권 이후 14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42개 합의·공동선언에 서명했으나 핵심 목표였던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천연가스관 합의에는 실패했다.
러시아 전체 교역에서 중국 비중이 약 40%로 급등한 반면 미국이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끌어내려던 외교 전략은 무산됐고, 양국 사이에는 북한 문제·중국산 제품 범람·스파이 시도 등을 둘러싼 균열이 수면 아래 형성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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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지난 5월 베이징(北京)을 방문하기에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Gazprom) 수장이 베이징에 도착했으나, 중국 관리들이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합의 조건으로 러시아가 자국 내수 공급가 수준으로 가스를 판매할 것을 요구해 협상이 벽에 부딪혔다고 WSJ가 협상 내용을 아는 복수의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러시아에 해당 사업의 비용을 보조하라는 요구였으며 중국 측은 조건이 바뀌기 전까지 이 사안을 다시 제기하지 말라고 러시아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푸틴은 42개 합의·공동선언에 서명하고 베이징을 떠났으나 파이프라인 합의는 포함되지 않았고, 중국 측은 어떤 공개적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독일 경제인 출신으로 중·러 관계에 정통한 예르크 부트케 미국 워싱턴 D.C. 소재 DGA그룹 파트너는 "시 주석은 자신의 성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황제처럼 푸틴 대통령을 영접한 뒤 돌려보냈다"고 평가했다.
WSJ는 '시베리아의 힘 2' 합의가 무산되면 중국이 유럽을 대신해 러시아산 가스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스관은 건설에 5~6년이 걸리고, 세계 가스 공급은 충분하며 중국의 수입 가스 소비는 2030년대 중반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중국이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높일 구조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WSJ는 짚었다.
부트케 파트너는 "건설에 5~6년이 걸리는 파이프라인에 왜 의존도를 높여야 하느냐, 다른 나라에서도 가스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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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중국 국가통계국 및 러시아 연방통계청(2025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20조달러에 달하는 반면 러시아는 약 2조5000억달러로 격차가 약 8배에 이른다.
2013년 시 주석이 집권할 당시 러시아 전체 교역에서 중국 비중은 약 10%에 그쳤고, 유럽이 압도적 교역 파트너였으나 현재 이 비중은 약 40%로 급등했다. 중국은 러시아 수출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면, 러시아는 중국 전체 교역에서 4% 미만에 불과하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가격에 매입하고, 방산 부품과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며 러시아의 전쟁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WSJ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의 대러 지원이 오히려 강화됐으며 전략적 협력이 당장 붕괴할 조짐은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10년 이상 저항해 온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은행의 주요 결제 통화로 중국 위안화를 채택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WSJ가 중국 정부 자문·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과거 소련 영향권에 대한 중국의 금융 영향력 확대를 푸틴이 사실상 용인한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하위 파트너라는 해석은 잘못됐으며 "양국 관계는 평등 원칙에 기반하고 상호 이익을 고려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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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러 투자 가능성을 지렛대로 러시아를 중국에서 떼어내는 구상을 '역(逆)닉슨(Reverse Nixon)'이라고 명명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러시아가 중국의 '영구적 하위 파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거부하면서 이 구상은 좌초했다고 WSJ이 전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소 갈등을 활용해 중국과 수교를 이끌어낸 것처럼 미·러 관계 개선으로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놓겠다는 발상이었다.
아울러 러시아에서는 중국산 자동차·중장비·섬유·식품이 쏟아지면서 내수 생산업체들이 타격을 받았고, 푸틴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시절 동료이자 친구인 세르게이 체메조프 러시아 주요 방산 복합기업 수장의 압박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중국산 자동차 가격을 끌어올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경쟁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발전의 동력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중간급 정부 관리들을 표적으로 삼은 중국 측 간첩 공작이 적발됐으나 러시아 정권은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를 공개하거나 중국 측에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가 분석가들과 러시아 정보기관에 가까운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엘리나 리바코바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자신들이 이 관계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실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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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면서 러시아의 대북 군사 밀착이 심화되자, 중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을 이전할 경우 북한의 핵·잠수함 능력을 강화해 한국과 일본을 미국 쪽으로 더욱 밀착시킬 것을 우려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푸틴이 2024년 3월 재선 후 첫 해외 순방으로 베이징과 평양을 연속 방문하려던 계획에 제동을 걸었고, 푸틴은 베트남 방문을 사이에 넣어 두 일정에 간격을 뒀다고 WSJ는 보도했다.
중국은 푸틴이 제안한 중·러·북 3국 정상회담도 거절했다. 시 주석은 6월 7년 만에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며 북한의 주된 후원국이 러시아가 아닌 중국임을 재확인했다.
이번 방중 직전 트럼프 대통령도 5월 중순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회담을 'G2(주요 2개국)'라고 불렀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WSJ에 "양국 정상이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와 깊은 우정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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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첸코는 시 주석이 이 역사적 교훈을 이해하고 공개 석상에서 푸틴을 대등하게 대우하면서 비공개로는 양보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 소장은 중국이 푸틴 이후 러시아를 이끌 관리·엘리트층과 조용히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거대한 라오스', '거대한 파키스탄', 즉 중국에 훨씬 더 의존하고 중국을 모델이자 현대성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나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