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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걷다 보면 ‘오래된 진심’ 느껴지는 곳…바로 동해 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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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6. 07. 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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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별빛마을·등대 따라 원도심 속으로 시간여행
바다와 사람의 발걸음이 수십년간 빚어낸 서정적 풍경
동해가 화려하다면 사람냄새나는 골목길은 '찡한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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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에 색상을 입혀 디자인한 동해시 논골담길 모습,사이사이 골목길은 한편의 독립영화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네 모든 곳에서 묵호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부두완 기자
동해안 여행이라 하면 으레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시원한 해변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해시 묵호는 조금 다르다. 이곳은 단순히 바다를 보기 위해 들렀다가도, 어느새 비좁은 골목을 사랑하게 되고 걷다 보면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묘한 매력을 품었다. 자동차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만으로는 결코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바다만 보고 돌아서기엔 너무도 아쉬운 곳이 바로 묵호다.

묵호의 진짜 매력은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과 세월의 더깨가 내려앉은 계단길, 그리고 가파른 언덕 끝에서 불쑥 얼굴을 내미는 짙푸른 동해바다의 풍경 속에 다소곳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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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역에서 발한도서관 뒤로 바닷가 책방마을이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면 묵호항과 바다가 보인다./부두완 기자
발길 닿는 곳마다 전망대… "걷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다"
여행자는 묵호항에 차를 세워두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만 오르면, 빛바랜 담벼락 너머로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다시 몇 계단을 오르면 이내 또 다른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골목 구비구비 하나하나가 마치 훌륭한 전망대와 같다.

언덕 위를 옹기종기 수놓은 작은 집들. 그 사이를 촘촘히 이어주는 가파른 계단. 골목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짭조름한 바닷바람. 묵호에서는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걷는 것이 무의미하다. 골목을 거니는 과정 자체가 온전한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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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인근에 있는 어린왕자 포토존 위로 계단을 올라가면 묵호 바다가 수평선까지 시원하게 보인다./부두완 기자
삶의 체취와 관광의 공존, '별빛마을'의 재탄생
동해시가 이러한 묵호 원도심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도시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 등을 추진하며 노후화된 골목과 계단을 안전하게 정비했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주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은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관광객들이 함께 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결실이 바로 '별빛마을'이다. 골목마다 특색 있는 테마 공간을 조성하고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지만, 원도심 특유의 따뜻한 정취는 잃지 않았다. 덕분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단순한 인증샷 명소를 넘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주민들의 삶과 시간의 흔적을 깊이 있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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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책방마을 주변의 골목길./부두완 기자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골목… '슬로우 워킹'의 성지
묵호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여느 화려한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짙은 감성이 밀려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어 있을 법한 낡은 계단. 담벼락을 가로지르는 빨랫줄. 오래된 대문 앞을 지키는 작은 화분들. 그리고 그 골목의 끝에서 항상 여행자를 기다리는 푸른 동해바다.

이 모든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서정적인 독립영화처럼 이어진다. 누구나 이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골목길~ 골목길~"하며 노래 한 소절을 흥얼거리게 되는 이유다. 묵호의 골목은 단순한 통행로가 아니라, 사람들의 팍팍하고도 따뜻한 삶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박물관'이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역시 유명 관광지를 '점 찍듯'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일상을 천천히 걸으며 온몸으로 체험하는 '슬로우 워킹(Slow Walking)'으로 바뛰고 있다. 묵호는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부합하는 도시다. 차량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을 두 발로 딛고 만나며,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도시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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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등대 아래 골목길을 바라보면 바다가 눈앞에 있다./부두완 기자
묵호의 바다와 골목을 마음 담아가는 여름
동해시는 앞으로도 기존의 주요 관광지와 원도심 골목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해 관광객의 발길을 마을 구석구석으로 초대한다는 아울러 골목과 계단 등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물론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원도심의 정체성을 지키는 공간 관리도 함께 한다.

채시병 동해시 안전도시국장은 "묵호는 자동차로 스쳐 지나갈 때와 두 발로 직접 걸어볼 때 마주하는 풍경이 완전히 다른 곳"이라며, "올여름에는 바다만 훌쩍 보고 돌아가지 말고, 묵호의 골목과 계단길을 천천히 거닐며 원도심이 품은 또 다른 묵호의 매력을 꼭 한 번 만나보길 바란다"고 했다.

푸른 동해바다가 묵호 여행의 화려한 시작이라면,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은 그 여행을 가슴 깊이 새겨줄 진한 마지막 장면이다. 올여름 묵호에 닿는다면, 바다를 그저 눈으로만 담지 말고 굽이진 골목길을 걸으며 마음으로도 담아보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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