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에 보유자산 다변화…금 비중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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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LS MnM 등 유관기관과 국내 생산 금 거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난달 20일 기관 간 협력 강화를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국내 생산 금을 외환보유액 운용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은은 LS MnM과 고려아연이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연간 4~5톤가량의 금 가운데 일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업체가 거래 가능한 물량과 희망 시기를 제시하면, 한은이 국제 금 시세와 외환보유액 운용 계획 등을 고려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거래는 KRX 금시장의 협의대량매매를 통해 이뤄져 일반 호가와 국내 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국내 생산업체의 수출 물량이 부족하거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실물 금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내 생산 금과 해외시장 매입, 금 ETF 등 여러 수단 가운데 시장 상황에 가장 유리한 방식을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2분기 소규모로 금 현물 ETF를 매입하며 금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정희섭 외자운용원장은 "예탁결제원의 금 보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금 매입에 나설 예정"이라며 "한꺼번에 대규모로 매입하기보다 중장기적 필요에 따라 금 보유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실물 금 매입을 재개하는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그동안 한은은 금이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무수익 자산인 데다 주식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추가 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 매입을 확대했다가 국제 금값이 하락하면서 투자 시점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경험도 신중론에 영향을 미쳤다.
다시 한은이 금 매입에 나선 배경에는 과거보다 커진 지정학적 위험이 있다. 전쟁과 국제 분쟁이 잇따르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안전자산인 금 매입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은도 외환보유액의 자산 구성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금은 104.4톤으로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장부가액 기준 1.1%, 평가액 기준 약 3%에 그친다. 미국·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이 외환보유액의 70~80%가량을 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 큰 격차다.
한은 경제연구원도 지난달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와 금의 비중이 높을수록 환율 충격이 완화된다는 해외 학술 논문을 소개했다. 당시 경제연구원은 "대외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면 외환보유액의 총량 확보뿐만 아니라 달러·금을 포함한 준비자산의 구성 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금값 조정으로 매입에 유리한 가격 여건이 마련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1월 온스당 5355달러까지 올랐던 금값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이달 들어 40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달러 강세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에 더해 일부 국가가 금을 매도한 영향이 컸다. 다만 한은은 단기적인 금 가격보다 중장기적인 비중 확대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이창헌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현재가 가장 적절한 가격이라고 판단해 매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금 보유 확대 목표를 설정하고 그 일환으로 보유량을 늘리되, 국내 생산 금 매입제도를 함께 활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