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에토로후섬 방문에 항의한 일본에 맞서 무토 아키라 주러 일본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러시아 측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일본 홋카이도 북동쪽에 있는 에토로후섬을 방문했다.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반환을 요구하는 에토로후·구나시리·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 이후 이 분쟁지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치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일본 외무성은 니콜라이 노즈드레프 주일 러시아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대통령이 방문하는 데 일본이 간섭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4개 섬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소련이 점령해 현재까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고유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해왔다. 이 문제로 양국은 종전 80년이 넘도록 정식 평화조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이번 충돌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 최근 러시아와 어렵게 대화 창구를 다시 열려던 시점에 터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5월 모스크바를 찾아 러시아에 남아 있는 일본 기업의 자산 문제 등을 협의했다. 지난달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라브로프 외무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직접 접촉했다. 대러 제재는 유지하면서도 관계의 추가 악화는 막으려는 움직임이었다.
|
일본을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 이후 일중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전략물자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최근에는 희토류 관련 제품 반출 혐의로 일본 기업 직원들을 체포했다.
푸틴 대통령의 에토로후 방문 당일 주일 중국·러시아 대사들이 2차대전 결과를 수정하려는 움직임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무장에 함께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낸 것도 일본에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러일 충돌의 파장은 한일관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한국과의 관계까지 다시 악화되는 '주변국 동시 충돌'을 감당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한일관계가 단순한 양국 현안을 넘어 일본의 동북아 외교 공간을 지탱하는 축으로 중요해진 셈이다.
한국은 외교적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일본의 대외관계가 어려워질수록 도쿄가 한일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중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만큼 한국은 역사 문제 등 기존 원칙은 지키면서 경제·공급망·안보와 인적교류 등 실질 협력에서 국익을 확대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동북아에서 중·러와 일본의 대립이 가팔라질수록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