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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갈등 넘는다”…경기연구원, ‘에너지 고속도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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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엄명수 기자

승인 : 2026. 09. 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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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아스팔트 아래 흐를 '반도체 혈맥' 도로변 태양광·주민 배당 결합한 상생 모델
보상·민원에 13년 걸리던 송전선로, 고속도로 관로 활용 땐 기간 절반 단축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하는 환경단체들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 등 단체들이 지난달 4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고압 송전탑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판교 일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지역 주민 희생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던 전통적 가공 송전선로 대신 매일 달리는 '고속도로 지하'를 전력 동맥으로 바꾸자는 역발상이 나왔다.

경기도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오는 2050년이면 지금의 두 배 수준인 28만5000GWh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작 공장에 전력을 실어 나를 '전기길'은 곳곳에서 멈춰 서 있다. 송전탑 하나를 세우려 해도 입지 갈등과 토지 보상 문제로 평균 13년이 소요되는 현실 탓이다.

경기연구원이 3일 내놓은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 보고서는 이미 국가가 확보해 둔 공공 인프라, 즉 도로망에 주목했다.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고 고속도로 지하에 송배전관로를 매설하면 토지 수용을 둘러싼 민원과 보상 분쟁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시화·화옹·평택호 등 서해안 간척지에서 생산될 약 3GW 규모의 청정에너지를 전력난에 시달리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로 곧장 연결하는 최단 루트로 서해안·평택시흥 고속도로가 지목됐다. 도로 하부를 관통할 경우 평균 13년 안팎이던 계통 연계 기간을 5~7년 수준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어, 당장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용인 팹(Fab) 라인의 전력 수급 공백을 메울 유력한 해법으로 꼽힌다.

아스팔트 길은 전기를 나르는 수송로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선형(線形) 발전소'로도 탈바꿈한다. 도내 840㎞에 이르는 고속도로 비탈면과 방음벽, 성토부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얹으면 연간 773GWh의 전력이 생산된다. 중소도시 하나가 1년 내내 쓰고도 남는 규모다. 여기에 휴게소와 나들목 거점마다 4MW급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분산 배치하면, 낮 동안 모은 잉여 전력을 야간 피크 시간대에 방전해 기존 배전망의 수용 한계를 14MW에서 18MW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에너지 주권'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상생 모델에 있다. 그간 기피 시설 취급을 받던 송·발전 설비를 도민이 직접 지분(4% 이상)을 갖는 '주민참여형 펀드' 방식으로 전환한다. 햇빛 발전으로 발생한 수익은 인근 주민들에게 정기 배당금 형태로 환원된다. 주민이 사업의 주주로 참여함에 따라 입지 규제(이격거리)와 집단 민원 장벽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에는 든든한 '햇빛 연금'을 안겨주는 구조다.

관건은 기관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다. 경기연구원은 사업의 실현성을 담보하기 위해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가 머리를 맞대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경기도가 인허가와 국가 전력망 계획 조율을 이끌고, 도로공사는 유휴 부지 임대로 도로 관리 재정을 확충하며, 한전은 송전 병목을 해소한 뒤 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다.

연구원은 1단계로 서해안 간척지 전력을 잇는 '서화성 집전 피더망(연계 배전선로)' 시범 구축을 시작으로, 향후 경부·영동선 등 도내 전역과 국가 간선 도로망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넓혀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점산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AI 경쟁력은 필요한 에너지를 적기에, 그것도 탄소 장벽 없이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주민 희생을 강요하는 낡은 송전망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 도로를 친환경 에너지의 동맥으로 바꾸는 국가 차원의 조기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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