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기존 방산협력 제약…"미 조선업은 정치 장벽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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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자율성, 이중용도 규제…한화·미 기업 무인기 협력 "새 모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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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전쟁부) 산업정책 담당 부차관을 지낸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이날 워싱턴 D.C.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가 개최한 '한·미 방산 협력 강화-혁신, 공급망 및 전략적 협력' 세미나에서 기존 무기체계는 정치·수출통제·지식재산권 장벽이 높지만, 민·군 이중용도(dual-use) 기술은 상대적으로 협력이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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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 방산시장에 접근할 때 실리콘밸리 기업과 같은 장벽에 부딪히지만, 동시에 같은 기회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AI와 로보틱스, 자율성, 양자, 마이크로전자 등 정보기술 산업이 추구하는 분야가 향후 핵심 국방 기술이며 대부분 이중용도여서 통산 국제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ITAR)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이중용도 수출통제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존 무기체계보다 기업 간 협력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미나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의 무인기 협력 사례가 제시됐다. 24시간 이상 체공할 수 있는 모하비(Mojave)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가 최근 한국에서 모의 전투 비행을 시연한 사례와 김승연 한화 회장의 "AI가 한화 방산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발언을 토대로 AI 드론과 드론 군집, 전투로봇, 무인지상체계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질의됐다.
이에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한국 상업기업이 록히드마틴 같은 기존 대형 방산업체와 협력하면 ITAR 적용으로 각종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방산시장을 파괴적으로 혁신하려는 신흥 기업은 한국 기업과 비슷한 상업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협력 상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들을 규제 준수와 레거시 사업의 정치적 부담에 덜 얽매인 '미래의 스페이스X들'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미국 시장 진입의 첫 번째 조건은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먼저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것보다 나은 파괴적 신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이 오랫동안 방산기술을 주도해온 만큼 외국 기업의 기술이 채택되려면 확실한 우위를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내 투자법인과 특별보안협정(Special Security Agreement·SSA), 미국인 이사회도 진입 경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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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달리 기존 무기체계에서는 미국과 동맹국 간 협력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 간 기존 방산 관계를 '대단히 가부장적(paternalistic)'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이 혁신과 무기 개발을 맡고, 동맹국은 대외군사판매(Foreign Military Sales·FMS)를 통해 미국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공동생산(co-production) 역시 필요성에 비해 실제 진전은 더디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공동생산은 좋은 구상이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허용하도록 만드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며 영국·호주와 오랜 안보 협력 관계를 맺은 오커스(AUKUS)에서도 공동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평시 저율 생산에 익숙해 아직 신속하게 증산하는 방법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지만, 동맹과의 기술 공유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기술 우위를 계속 보호하려 하지만, 기존 체계도 결국 파괴적 혁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스스로 기존 체계를 파괴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다른 주체가 먼저 할 것이며 미국의 기술 우위도 결국 흔들릴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은 단순한 하청 공급자로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보다 미국이 갖지 못한 기술과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이 미국 규제 체계에 묶여 다른 시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도록 지식재산권(IP)을 단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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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이 신흥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한 배경에는 미국 방위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는 미국이 서로 모순되는 두 가
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첫째는 1980~1990년대에 설계·초도 생산된 레거시 무기체계를 대량 증산하는 것이다. 미국 획득 체계가 오랫동안 계약업체의 소량·수작업식 생산을 유도해 신속한 양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현재 보유한 무기체계 전반을 상업적 시간표에 맞춰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규모를 키워도 우리는 생산량에서 밀릴 것"이라며 비용의 비대칭을 대표적인 문제로 들었다. 1만달러(1359만원)짜리 드론을 100만달러(13억5850만원)짜리 미사일로 격추하는 방식은 지속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개발된 지 30~40년이 지난 미국 무기체계를 다른 국가들이 따라잡는 가운데 비대칭 기술까지 대량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10~25년이 걸리는 기존 개발 주기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미국식 국방 획득 체계를 그대로 따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우리의 예산 체계나 획득 체계, 소요 체계를 채택한다면 앞으로 50년간 스스로 군사적 열세를 선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국이 국방비를 늘리더라도 미국식 제도를 그대로 모방하면 지출 대비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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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 방산 체계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를 짚었다. 미국은 전쟁 때마다 민간 산업을 방산 생산으로 전환했지만, 실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18~24개월이 걸렸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미국 참전 약 24개월 뒤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이미 전쟁은 끝난 뒤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최고사령관이 민간 산업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버니바 부시 미국 과학연구개발국(OSRD) 국장은 과학·공학 인력을 국방 분야에 계속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상황을 바꾼 것은 한국전쟁"이라며 한국전쟁과 아이젠하워의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식 민·군 통합 모델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전쟁 이후 미국 방위산업은 가장 혁신적인 시기를 맞았다. 미국은 운용 시제품(operational prototyping)과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MVP)을 먼저 만들고, 이를 연속적으로 개선했다.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위성 체계, 원자력 항공모함, 제트엔진·전투기 기술은 구상부터 작전 능력 배치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잠수함 원자로만 7년이 걸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1957년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1960년대 들어 소련의 5개년 계획과 지휘·통제식 예산 체계를 모방했다.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시기에는 포드자동차의 관리 기법까지 도입했다. 국방부가 경직된 소요·예산·획득 체계를 전면 통제하면서 1970년대 이후에는 5년 안에 새로운 능력을 배치하기 어려워졌고, 개발기간도 15~25년으로 늘어났다고 그는 지적했다.
동시에 혁신의 중심은 민간으로 이동했다. 1980년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R&D) 지출이 미국 정부를 처음 추월했지만, 정부가 방산업체에 상업 시장에는 없는 규제를 부과하면서 민간 기업들은 연방정부와 거래하기를 꺼렸다. 1986년 패커드위원회(Packard Commission)가 문제를 지적했지만, 의회가 규칙을 바꾸는 데는 8년이 걸렸다.
이후 의회는 1994년 연방획득간소화법(FASA)과 1996년 클링거-코언법(Clinger-Cohen Act)을 통해 상업 제품 구매를 허용했지만, 기존 생산품과 경미한 개량에 제한했다. 이에 따라 상업기업이 신형 미사일 같은 새로운 체계를 개발해 방산시장에 진입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새로운 돌파구는 스페이스X에서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958년 우주법(Space Act)에 따른 기타거래권한(Other Transaction Authority·OTA)을 활용해 상업기업과 새로운 방식으로 계약했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나사 감찰관실 추산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전통적 획득 방식의 예상 비용보다 10분의 1 수준에서 능력을 구축했고, 파운드당 우주 수송 비용 기준 생산성은 10배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존 매케인 당시 상원 군사위원장의 요청으로 2015년 상원에 복귀한 뒤 이 방식을 국방부의 연구개발(R&D)에서 생산까지 확대하는 제도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15~20년이 아니라 5년 안에 작전 능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중간단계 획득 권한(middle tier acquisition)도 도입했다. 국방혁신단(DIU)이 이를 활용하면서 이후 10년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방산 분야로 유입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성과가 확인된 사업에 5000만달러(679억2500만원)를 추가 투입하려 해도 기존 예산 체계에서는 이를 옮기는 데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연한 예산과 소요, 시간 기반 개발, 민·군 통합, 혁신 단계 설정, 산업에 대한 유인 체계를 새로운 방산 모델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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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제도 개혁 문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을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산업으로 꼽고, 철강이 그다음이라고 말했다. 규칙 체계가 사업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정치적 선언만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려면 지식재산권(IP)과 수출통제, 투자 유인, 미국 공공·민간 조선소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 준수 의무를 별도로 설계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방위산업에 불필요한 규제로 최대 10배의 비용 부담을 지워놓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월트 선임연구원은 결국 미국과 동맹국 간 방산 협력도 기존 미국식 모델을 단순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미국 기업이 각자의 비교우위를 찾아 결합해야 한다며 AI·로보틱스·자율 체계 등 상업적 혁신이 빠른 분야에서 새로운 한·미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