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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거제에 가서 명산을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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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승인 : 2011. 07.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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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등 11개 모두 꼽아…그 중에 제일은 망산
거제의 남쪽 끝 망산에 오르면 올망졸망한 섬과 해안선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낭떠러지기에앉아 명사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의 모습 마저도 그림같다.
[아시아투데이=양승진 기자] 거제(巨濟)는 관광하고는 좀 거리가 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닭 모양을 하고 있고, 우연찮게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와 자료관이 이곳에 있다.

여기에 세계 1위를 호령하는 거대 조선소 두 곳이 닭 날개에 둥지를 틀어 언제든 훨훨 나는 형상이다. 거제시에서 만나는 10명 중 8명이 이곳에 종사할 만큼 직간접적으로 조선과 관련돼 있어 산업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도외시 된 자연이 오히려 거제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섬이면서 산지가 80%에 달할 만큼 굴곡이 심한 해안선은 그 자체가 절경을 이루고,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흩뿌려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특히나 해발 500m 내외의 11개나 되는 산은 거제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돛을 단 듯 펄럭인다. 육지의 산이 500m면 뒷동산이냐고 하겠지만 섬의 500m는 그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거제의 산이 왜 명산인지를 산이 대답해준다.


밀물, 썰물 때마다 자그락 자그락 소리를 내는 몽돌해수욕장의 몽돌이 파도에 씻기고 있다.
◇바다와 섬이 숨바꼭질하는 섬

거제까지 가서 겨우 산에 갈거냐 하면 할 말이 없다.

어렵게 거기까지 가서 산에 간다면 그 좋은 산 다 놔두고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만나는 남해 바다와 섬의 하모니는 그 어떤 울림보다 더 감동적이다.

마치 숨바꼭질하듯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통에 나중에는 친구처럼 편안해진다.

거제의 종주산행은 남쪽 끝 망산(397m)의 명사초등학교에서 대금산(437.5m) 상포마을까지 48.5km를 친다.

1구간은 명사초교~망산~호연암~여차등~각지미까지 5.2km, 2구간은 저구고개~다대산성~학동재~망동~진마이재~노자산전망대까지 8.7km, 3구간은 그물기고개(학동고개)~454봉~양화고개~452봉~망치고개~북병산~363봉~365봉까지 11.8km, 4구간은 번송치(소동고개)~옥녀봉삼거리~명재쉼터~국사봉~작은고개~봉송마을까지 12km, 5구간은 봉산재~개미골~대밭삼거리~억새풀평원~배나무골~정골재~대금산~시루봉~상포지방도로까지 10.8km다.

거제에 살지 않는 한 48.5km를 단숨에 돌파한다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거제의 산 꾼들이 꼽는 백미는 공설운동장에서 시작해 계룡산(566m)~선자산(507m)~노자산(565m)~가라산(585m)~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 종주다.

5개 명산을 오르내리는 통에 11시간에서 12시간 정도 걸리는 힘겨운 코스다.

그렇다고 기 죽을 필요는 없다. 5개 산 중에서 맘에 드는 산에 올라 갈만큼만 가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관광객들에게 좋은 비교적 손쉬운 코스도 있다.

저구마을 삼거리의 남부주유소에서 출발해 내봉산을 넘어 망산 정상에 올랐다가 명사 쪽으로 내려서는 코스는 5㎞ 정도로 3시간이면 족하다.

거제의 끝인 망산 만을 제대로 탐방하고 싶다면 또 있다.

여차마을에서 능선을 타고 올라 망산 정상에 올랐다가 홍포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3.8㎞로 넉넉잡고 2시간30분쯤이면 된다. 홍포에서 여차마을까지 해안절경이 펼쳐지는 비포장 구간을 걷는 것은 보너스다.


다대갯벌체험마을 앞에 쳐 논 독살을 손질하는 어부들. 바쁜 손놀림에도 불구하고 한가로운 갈매기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망산더 이상의 풍광은 없다

망산은 고려말 왜구의 침입이 잦자 이 산 정상에 올라 망을 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산을 구불구불 40분쯤 오르면 해안 풍경이 펼쳐지면서 그 넓은 바다가 한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천하제일경’이란 정상 표지석을 앞에 두고 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남해의 비경에 압도된다.

제멋대로 솟은 암봉 아래로 대·소병대도와 매물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위를 수놓는다.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고깃배들은 섬과 섬을 연결하느라 바쁘고, 검은색의 여차몽돌해수욕장과 금색의 명사해수욕장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하얀 포말을 쏟아낸다.

홍포에서 여차까지 이어진 길은 남해안 최고의 해안도로답게 걸을수록 그 맛이 배어난다.

보통은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차를 타고 휑하니 지나치지만 걸어갈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눈물 나도록 고마운 길이다.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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