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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성폭행’ 안희정 2심서 징역 3년 6개월…위력 인정·‘피해자다움’ 배척(종합)

‘비서 성폭행’ 안희정 2심서 징역 3년 6개월…위력 인정·‘피해자다움’ 배척(종합)

기사승인 2019. 02. 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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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례 범행 중 9건 유죄 인정
안 전 지사, 실형 선고로 법정구속
방청석에 있던 여성들 기쁨의 눈물 흘려
안희정 구속
1일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연합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1심과 달리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9차례 걸쳐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방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지시를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 김씨가 입었을 고통도 상세히 열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실명과 얼굴을 드러낸 채 뉴스에 출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범행 자체로도 성적 모멸감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근거 없는 이야기가 유포돼 추가 피해를 보았다”며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호감이 형성돼 성관계가 있었을 뿐이라며, 도의적·사회적·정치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은 질 이유가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위력’에 대해 넓게 해석한 것에 따른 것이다.

앞서 1심에서는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감정을 진술한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럽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간음이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엔 김지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김씨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을 볼 때 합의의 성관계로 나아간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김씨의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 안 전 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원심과는 다른 판단을 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피해를 당한 다음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알아본다거나, 저녁에는 안 전 지사와 통역관 부부와 함께 와인바에 가고, 안 전 지사가 이용하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일 등을 들어 1심에서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해 김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안 전 지사에게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친근감을 표시한 사례도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가 문자를 이용하던 어투나 표현, 젊은이들이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히 동료나 피고인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시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며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기로 한 이상, 그런 행동이 피해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실형이 선고 후 재판장이 “영장 발부 집행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안 전 지사는 겨우 얼굴을 들어 “없습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한 후 교도관에 이끌려 구치소로 이동했다.

이날 방청석을 가득 채운 여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손뼉을 쳤다. 법대를 내려가는 재판부를 향해서는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다가 법정 경위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법정 밖을 빠져나와서도 상기된 얼굴로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반면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법원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법원 안엔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직접 보기 위해 방청권을 배부받으려는 시민 수십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안에는 10여명의 법정 경위나 법원 직원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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