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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K할머니

[아투 유머펀치] K할머니

기사승인 2021. 05. 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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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브람스 등 서양음악 거장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세계 자장가대회가 열렸다. 내로라하는 동서양의 남녀 성악가들이 참가해서 저마다 천상의 목소리를 자아내며 요람에 누운 아이가 잠들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이는 시종일관 놀란 표정으로 눈만 더 말똥말똥해질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참가자는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 온 할머니였다.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 할머니는 행색부터가 특별했다. 반백의 쪽진머리에 비녀를 지르고 수수한 한복을 차려 입었지만 결코 흐트러짐이 없었다. 자장가대회가 무엇인가, ‘어린아이 빨리 재우기 시합’이 아닌가. 할머니의 자장가와 제스처는 지극히 자연스러웠지만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할머니는 일단 요람의 아이를 무릎 위에 내려 안고는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꼬꼬 닭아 우지 마라 멍멍 개야 짖지 마라...” 어쩌구 저쩌구 중얼거리는데 아이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드는 게 아닌가. 깜짝 놀린 서양 음악가들이 그 비결을 분석해 본 결과, 단조로운 노랫말의 반복과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4분의 4박자 장단이 주효했다. 한국의 할머니만이 구사할 수 있는 ‘K자장가’였다. 음악의 세계화를 시사하는 유머이다.

이번에는 영화계에서 ‘K할머니’가 등극했다. 일흔이 넘은 여배우 윤여정이 미국산(産) 한국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 쥐었다.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초유의 쾌거이다. 이뿐만 아니다. 할리우드 최대의 쇼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의 노련한 모습이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적잖은 곡절과 풍상을 두루 겪은 한국 할머니의 기품, 그리고 격의 없고 글로벌한 유머 감각.

여기에 더해 동양적인 겸허심과 모정의 발로, 명품에 끌리지 않고도 세련된 패션 스타일까지. 그것은 겨울 바람을 이겨내서 맛과 향이 더 뛰어난, 자신의 풍미를 곁들여 음식의 격을 더 높이는 미나리의 이미지와도 상통했다. 이렇게 ‘K할머니’까지 월드 스타로 거듭나는 동안 한국 정치는 무얼 하고 있었나. ‘K할머니’가 정당의 대모(代母)라도 맡으면 저급한 정치가 품격 있는 ‘K정치’로 승화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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