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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의 야성(野性)①]약해진 ‘투자 야성’·커지는 위기감…승부수 띄운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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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승인 : 2022. 02. 08. 07:00

[자본시장 지배구조]
"야성을 회복하라"…박현주 회장의 특명
업계 첫 전문경엉인 회장 시대 개막
박 회장, 파격인사로 '야성' 회복 시도
국내 증권업계 경쟁 심화…내부단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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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野性)!’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경영철학 핵심이다. 사상 최악의 위기였던 ‘인사이트펀드 사태’를 돌파해 낸 동력도 야성에서 비롯했다. 새로운 투자 이정표 제시, 파격적인 조직 운영, 관행을 깬 투자 시스템… 박 회장의 길엔 야성의 족적이 오롯이 새겨졌다. 하지만 야성의 다른 얼굴일까. 고속 질주의 원동력이었던 야성 경영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일부 목소리가 나온다. 야성을 앞세워 달려온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의 지난 25년 속에서 미래 모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 전략가다. 월급쟁이 증권맨으로 시작해 자기자본 10조원이 넘는 증권사를 일궈냈다. 대우증권 인수 당시 밝힌 ‘2020년 자기자본 10조원’이란 포부를 단시일내에 이뤘다. 그 배경엔 ‘투자 야성’이 놓여 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고 그룹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서 “야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단행한 인사를 읽는 키워드로 ‘야성 회복’이 지목된 배경이기도 하다.

◇박 회장의 ‘야성 회복 프로젝트’ 가동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초 인사에서 가장 화두가 된 곳은 미래에셋이다.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내면서다. 우선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전문경영인 회장이 탄생했다. 부회장이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오너인 박 회장과 함께 창업 멤버로 합류한 후 25년 동안 회사를 최고의 독립 투자전문그룹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80년대생 임원 8명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차장에서 미래에셋대우 상무보로 이직해 화제가 됐던 1981년생 김연추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파생부문 대표로 임명되는 등 눈길을 끌었다.

그룹 인사를 통해 부회장단 연령대도 젊어졌다. 지난 인사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창훈 대표이사(만 53세)와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이사(만 54세)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모두 1960년대 후반 출생자다. 미래에셋의 기존 부회장단은 조웅기 부회장을 제외하곤 60대에 접어들었다. 젊은 부회장을 등용해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당시 박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증권을 시작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도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 체제를 세울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편으론 ‘야성’ 회복을 위한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투자 야성을 강조해 왔다. 과거 대우증권 인수가 결정된 열린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이번에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야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미래에셋의 위기감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의 지향점은 ‘글로벌 투자은행(IB)로의 도약’이다. 하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투자 야성을 앞세워 혁신적인 상품을 성공시켰던 화려함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글로벌 IB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개편도 국내외 IB 조직의 역할을 완전히 분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초대형 IB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구도에 휩싸였다. 해외 부동산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우호적인 상황이고, 채권자본시장(DCM) 파트에선 이미 양강구도가 형성돼 있다. 주식자본시장(ECM) 역시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빅4’ IB의 역량이 치고 올라온 상태다.

최현만 회장이 올해 목표로 내세운 ‘자기자본이익률(ROE) 1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ROE는 11.85%였다. 3분기 누적 연 환산 기준으로는 13.16%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평균은 14.5%를 밑돈다. 여기에 증권사 7곳이 추정한 평균치에 따르면 올해 7%대, 내년 8%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은 공격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에 따른 차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차입부채 및 발행사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5893억원이다. 지난해 6643억원에서 소폭 줄었지만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큰 규모다. 올해 6월까지 약 1700억원 규모의 공모채가 만기 도래한다.

증권 내부에선 잡음도 나온다. 적지 않은 증권사 신입 직원이 이탈하는 상황의 원인을 야성의 부재에서 찾기도 한다. 점점 비대해지고 있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인사 적체, 인력 동기부여 결여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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