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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의 과학 사랑…‘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계속된다

서경배 회장의 과학 사랑…‘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계속된다

기사승인 2022. 06. 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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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단에 46억원 규모 주식 기부
20명에 총 500억원 연구비 지원도
매년 선배들과 '만남의 장'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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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순수 생명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신진 과학자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현실화 시켜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옆나라 일본은 과학분야에서만 19명(2016년 기준)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전무하다는 것이 그를 자극 시켰다. 또한 반도체·통신·의료응용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를 다투지만, 기초과학 분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는 점도 서 회장을 나서게끔 만들었다.

재단을 설립한 그는 재단명을 자신의 이름을 넣은 ‘서경배 과학재단’으로 지었다. 이름을 내건 이유는 재단을 끝까지 책임 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 재단은 아모레서시픽을 위한 연구개발과는 무관한 순수 공익재단인지라, 재계 안팎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를 위해 출연을 약속한 금액만 3000억원. 서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1조원 규모의 사재 출연까지 약속했다. 재단을 설립한지 6년. 서 회장은 꾸준히 자비를 내놓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 중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 갈길이 멀다. 성공이 보장된 연구에는 지원이 빵빵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연구환경이 척박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의 기부가 기초과학 분야 지원에 대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경배 회장은 이날까지 아모레G 우선주 98만9000주를 ‘서경배과학재단’에 증여했다. 이 중 올해에만 약 46억원 규모의 아모레G 우선주 25만주를 기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증여는 서경배 회장이 서경배과학재단 설립 당시 발표한 사재 3000억원 출연 계획의 일환으로, 서 회장은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증여해 왔다”고 말했다.

서경배과학재단의 신진 과학자로 선정되면 최고 수준의 연구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재단은 ‘생명과학 연구자의 혁신적인 발견을 지원해 인류에 공헌한다’는 비전 아래 매년 3~5명의 신진 기초과학 연구자를 선발하고 있다. 크고 도전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과학자들이 그 대상이다. 과제당 5년간 최대 25억원을 지원하고 우수연구자는 추가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20명의 생명과학분야 신진 과학자를 선정했으며, 이들에게는 1인당 매년 최대 5억원을 5년동안 지급해 총 5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 같은 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일까. 아직 출범한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재단은 벌써부터 연구성과를 속속 뽐내고 있다. 주영석 교수와 이은정 교수는 단일 세포 전장 유전체 분석 기술로 생명 현상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으며, 김진홍 교수와 이주현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 폐 섬유화증 등 난치성 질환을 이해할 기초과학 원리를 밝힌 바 있다.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은 연구비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료 및 선배 과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해 일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끔 돕고 있다. 매해 펠로우미팅 및 SUHF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 등이 그 일환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의 신념은 ‘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는 뜻의 천외유천(天外有天)이다. 젊은 신진 과학자들이 하늘 밖에 무궁하게 열려 있는 세계를 꿈꾸며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서 회장의 소망에서 비롯됐다.

서 회장의 삶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어린시절에는 가장 즐겨보던 만화인 ‘우주소년 아톰’이, 학창시절에는 유달리 재밌던 생물 수업이 그를 과학에 계속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1997년에는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이란 제품을 통해 과학이 회사에 미친 영향력도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초로 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의 핵심성분인 레티놀 안정화에 성공, 실적 부진의 위기를 단번에 벗어날 수 있었다.

과학자를 꿈꿨던 어린 서경배의 꿈은 중년이 된 지금, 자신의 이름을 넣어 설립한 ‘서경배 과학재단’으로 한발짝 가까워졌다. 본인의 이름 석 자를 과학재단의 이름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지원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사태에 기초과학의 가치를 절감한다”면서 “서경배과학재단의 길에 확신과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구자를 지원하겠다”고 ‘제2회 서경배과학재단 심포지엄’에서 재단의 꾸준한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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