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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식 한중도시협회장 인터뷰-한중 교류 튼튼한 다리 될 터

권기식 한중도시협회장 인터뷰-한중 교류 튼튼한 다리 될 터

기사승인 2022. 11. 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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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체류 4개월 만에 중국이 가장 주목하는 한국인 돼
한중 양국의 관계는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이했으나 요즘 날씨처럼 차갑다. 꽁꽁 언 겨울 날씨는 아니나 따뜻한 봄날이 그리울 만큼 차갑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형식적인 기념 행사가 몇건 열리기는 했어도 의례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양국 교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끊어진지 3년이나 됐으니까. 더구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새 정부의 친미 정책으로 한중 관계는 수렁에 빠진 느낌이 없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중 관계에서 특별한 것이 없는 베이징에 4개월전 한 한국인이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중국 언론들이 인터뷰를 요청하고 정부 당국자들이 그를 만나 대화했다. 바로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이 주인공이다. 지난 8월 외교부 초청에 따라 베이징대학의 방문학자로 베이징에 온 그는 요즘 중국에서 가장 핫한 한국인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와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젼(CCTV),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 3대 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報)와 한글판 흑룡강신문 등 지방 언론들이 앞다퉈 그를 인터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상하이미디어그룹 계열사인 둥팡(東方)TV는 그를 특집 대담방송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 언론이 보도하는 권회장을 두고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 사이에서는 "권 회장이 현직 주중 대사보다 언론 노출 빈도가 훨씬 많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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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중 교류를 위한 튼튼한 다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베이징=홍순도 특파원.
다음은 최근 저장(浙江)성과 산시(陝西)성 등 지방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권 회장을 만나 생각과 포부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 지금 베이징 생활이 4개월 째인데 중국 언론들의 관심이 높은 듯 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우선 한중 관계 30년이라는 시점과 코로나19로 한국인이 중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중 관계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이 베이징대 방문학자로 오니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중국이 지난달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중대한 정치일정을 진행하면서 한국인의 관점을 알고 싶어한 것 같다.

- 그래도 권 회장에 대한 중국 언론의 관심과 보도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뜨겁다. 신문과 방송 등 종류도 다양하고 지방 유력언론들도 앞다퉈 인터뷰를 했다. 심지어 헤이룽장(黑龍江)성 당 기관지인 한글판 흑룡강신문은 권 회장 이름으로 고정 기념칼럼을 싣기로 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 과분할 정도로 중국 언론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 몇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하다. 우선은 나의 이력이다. 정부 이력부터 말씀드리겠다. 김대중 정부에서 5년여 동안 대통령께 정치 정보를 보고하는 일을 했다. 그 전과 후에는 한겨레신문 기자와 영남매일신문 회장을 역임하는 등 10여년 동안 언론계에서 일했다. 이후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靜岡)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권력 핵심부와 언론 및 학계를 두루 거친 이력에 주목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또 지난 2016년 한중도시우호협회를 설립해 한중우호 도시포럼과 청년포럼 등 공공교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본다. 현 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측면도 작용한 듯 하다.

- 현재의 한중 관계를 어떻게 보나?

= 아시다시피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사람도 30살이 되면 완전한 성년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한중 관계는 아직 성년의 성숙한 관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사드 문제를 수년째 끄는 것이 무엇보다 그렇다. 양국 국민 감정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외교 역량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지도자들끼리의 신뢰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세기 전 장관과 같은 막후 대화를 이끌 친중 인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작은 불씨 하나로도 온 산에 불길이 옮겨붙을 수 있는 '신뢰 부재의 상태'가 지금의 한중 관계라고 해야 한다. 그러니 왜곡 보도와 가짜 뉴스 하나로 한중 관계가 출렁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한중 관계의 해법은 뭐라고 보나?

= 지난 1992년 수교 이후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중 관계는 그 어느 국가간 관계보다 좋았다. 지난 30년간 양국 교역액은 48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한해의 인적 교류는 1000만명에 이르렀다. 가히 폭발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계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관계였다. 서울에는 대림동과 건대 입구에 차이나타운이 있어 청년들이 양꼬치에 칭다오 맥주를 즐겨 마셨다. 베이징 한인타운인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한식당들에서는 중국 청년들이 불고기에 소주를 마셨다. 그런 한중 관계가 지금은 서먹하고 불편한 관계가 됐다. 근본적으로 상호 존중의 원칙이 무너진 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한중 양국이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정치외교적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중은 수천년의 교류 역사를 갖고 있다. 공동 문명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강한 복원력도 있다. 신뢰 회복이 이뤄지면 금방 좋은 관계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

- 권 회장은 한중 공공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흔히 국가간 관계, 즉 외교 관계를 1.0 트랙이라고 한다. 이 관계는 핵심이 국가이익이다. 따라서 늘 충돌의 요인이 있다. 갈등할 수 있는 관계이다. 이에 반해 지방 정부 교류라든가 공공 부문의 교류를 1.5 트랙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갈등 요인이 없다. 또 정부간 관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간 관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즉 외교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중도시우호협회는 지난 2018년부터 중국국제우호연락회와 함께 한중 공공 고위급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1.5 트랙 교류 강화에 대해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 참 어려운 시기에 중국에 왔는 데 성과는?

= 참 힘들게 왔다. 중국의 방역정책에 따라 17일을 격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과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로 잘 지내고 있다. 이번 중국 방문은 몇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우선 중국의 중앙 및 지방의 지도자들과 한중 관계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외교부 등 중앙 기관들은 물론 산시성과 저장성 등 지방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도 했다. 그들은 모두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관계 회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특히 지방 정부들은 한국의 미래 카운터파트들과의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중국 언론들을 통해 한중 관계를 위한 긍정적 소통 기회도 마련했다. 나에 대한 과도한 중국 언론의 관심은 결국 한국에 대한 관심에 다름 아니다. 중국을 보다 더 많이 이해하면서 다양한 채널을 구축했다는 것도 성과로 보고 싶다. 중국의 고위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석학들과 교분을 쌓았을 뿐 아니라 저장성 이우(義烏)시 인민정부 해외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앞으로 한중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 앞으로의 포부는?

= 한중의 미래세대를 위한 교류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가짜 뉴스에 현혹돼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미래 세대에게 기성 세대의 덫에 빠지지 말고 미래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 그들을 위한 다리가 되고 싶다. 나아가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경제 교류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일 역시 추진할 생각이다. 지난 30년 동안의 한중 교류에서 중심은 경제 교류였다. 앞으로 30년도 경제 교류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것이 한중 양국이 함께 번영하고 성공하는 길이다. 또 지방 정부 교류를 중심으로 한 한중 1.5 트랙 교류에 협회의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 한중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한중 관계는 수천년의 역사적 과정을 거친 관계이다. 한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은 관계이다. 전쟁도 해봤고 평화의 시기도 거쳤다. 최치원과 권근처럼 중국에서 이름을 떨친 한국인도 많았다. 한중 관계의 역사적 복원력을 믿고 상호 핵심 이익을 지키고 존중한다면 한중의 백년대계는 밝고 희망이 넘칠 것이다.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것이 한중 양국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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