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변호사 3만명 시대, 고통받는 청년 변호사들

[칼럼] 변호사 3만명 시대, 고통받는 청년 변호사들

기사승인 2023. 12. 07. 07: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박기태(법무법인 법승, 한국미래변호사회 대외협력이사)
239598381_10158440984398601_6462075386534823757_n
박기태 변호사(법무법인 법승, 한국미래변호사회 대외협력이사)
바야흐로 3만명 변호사의 시대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이후 15년간, 변호사는 급격히 증가해 왔다. 그런데 변호사 수 증가 및 로스쿨 도입의 전제였던 법무사, 변리사 등 법조유사직역의 통폐합, 축소 등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반대로 세무 대리업무 제한 등 변호사의 직역은 오히려 축소됐다. 결국 법조 시장 내 경쟁은 과열되고, 수임료 역시 떨어져 많은 변호사가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더욱 고통받는 것은 연차가 낮은 청년 변호사들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윗세대 변호사들과 달리, 청년 변호사들은 사건을 맡고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바로 개업에 나서기보다는 로펌이나 개인변호사 사무실에서 경험을 쌓는 것을 택하는 변호사들이 많은데, 과도한 일을 시키거나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 등 흔히 '블랙 로펌'이라고 하는 악덕 회사들도 있어서 청년 변호사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이 어려운 것은 단지 '블랙 로펌'의 문제만이 아니다. 변호사 시장 경쟁의 심화로 인해 제대로 된 사건을 수임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의뢰인을 대하는 방법,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법, 광고나 블로그, 유튜브를 사용하는 방법 등 신입 변호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나누어 주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는 사법연수원을 통해 선후배 관계가 생길 수 있었고, 현직 법조인인 교수들이 조언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사법연수원 제도가 로스쿨 제도로 변화하면서 정보가 공유되는 범위가 좁아졌다. 그리고 변호사 시험 합격이 가장 중대한 과제가 되다 보니, 선후배가 함께 어울리며 동료가 되고 정보를 취득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결정적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며, 그나마 존재하던 선후배 관계조차 점점 좁아져, 청년 변호사들은 믿을 만한 동료, 믿을 만한 멘토를 얻기 어려워졌고, 변호사로서 알아야 할 정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 변호사들은 로스쿨 변호사들의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방 등에서 '블랙 로펌'이 어디인지, 급여는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자신이 겪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찾으려 애를 쓴다. 그러나 이런 커뮤니티의 사용자들이 제한적이거나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고, 특정 단체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취득한 정보를 믿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도 이러한 정보 부족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하는 선배 변호사들이 있다. 필자가 활동하는 '한국미래변호사회(한미변)'도 신입 변호사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는 단체 중 하나다. '한미변'은 청년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만나는 통로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리걸테크 AI포럼'을 개최하는 등 신규변호사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미변'은 '신규변호사 실무지침서' 발간도 준비 중이다. 접견 안내, 입회조사 유의사항, 압수수색 절차 등 교과서에서 배우기 어렵고 검색도 어렵지만 변호사로 일을 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사항들, 그리고 로펌 운영이나 개업의 시기 등 청년변호사들이 알고 싶어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힘든 내용들 담은 책으로, 원로 변호사들부터 청년 변호사들까지 다양한 연차의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청년 변호사들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과열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변호사들이 나오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시험 합격과 동시에 프로페셔널의 세계에 뛰어드는 청년 변호사들을 위해, '한미변'을 비롯한 선배 변호사들의 전향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