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61501010010862 | 0 | 최성록 생활과학부장 |
|
| 최성록의-中企pia00 | 0 | 최성록의-中企pia00 |
|
"참새는 해로운 새다."
딱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 한 마디에 적게는 3000만명에서, 많게는 5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아사(餓死)했다. 고대, 중세도 아닌 20세기에 어떻게 이런 참극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이상(理想)은 단순했다. 마오쩌둥은 참새가 벼를 쪼아 먹으니 "이 새를 제거하면 풍년이 다가오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중국의 제사해운동.
4가지 해로운 생물(참새·쥐·모기·파리)을 박멸해 식량 생산량을 극대화시킨다는 원리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했다. 벌레들은 참새라는 천적이 없어지자 더욱 들끓었다. 벼농사가 처참히 무너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참새가 입히는 피해의 수십 수백배 이상의 재해가 발생했다.
결국 전 국토의 농사는 망쳤고 먹을 게 없어지자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이처럼 나라를 움직이는 소수가 '삽질'을 하면 수천만명이 증발할 수도, 문명의 발전을 수십년 뒤로도 돌릴 수 있다.
생태계를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실시한 정책은 초대형 오판이 될 수밖에...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적용됐다.
중대재해법을 도입한 이상도 단순했다. 사고(事故)는 사업장의 최고 우두머리를 족치면 줄어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연 재해는 줄어들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첫해인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년의 248명 보다 증가한 수치다. 2023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자 수도 4만1802명으로 전년(3만9226명)보다 6.6% 늘었다고 한다.
반면 50인 미만 중처법 시행으로 중소기업들에 발생하는 사법·물리적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처벌이 강력하지만 준비할 수 있는 예산, 인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종과 기업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제정된 탓에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의무만 덧씌워져 부담만 늘고 있다.
결국 기업의 사기는 꺾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 자체가 어려우니 성장동력을 잃는다. 사업체를 끌고 가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비일비재한 명문 장수기업이 우리나라에선 가뭄에 콩나듯 극소수일 수 밖에...
눈에 보이는 것으로 구성된 정책은 오판이 될 수 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의 중대재해법은 기업의 사기만 꺾는다.
최소한의 '판'도 깔아주지 않은 상태에서의 '규제'는 기업 문화를 후퇴시킨다. 이는 곧 경제손실로 이어진다. 탁상머리가 아닌 현장 속에서의 '공감'과 '판단'은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