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3척 600만배럴 통과에도 지정 항로 유지…물동량 회복 제한
'테헤란 통행료', 200만달러…FT "통제권 교착" 협상 핵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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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현지시간 12일 새벽 성명을 통해 "군함 통과 시 강력 대응하겠다"고 맞서며, 협상장 밖의 군사적 대치가 협상장 안의 '교착' 상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란이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이후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은 평상시 전 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로, 해협 통제권과 통행료(toll) 문제가 이번 종전 협상의 최대 분수령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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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 주니어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에서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는 이란이 설치한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광범위한 임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2월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미국 군함의 첫 호르무즈 해협 통과다. 중부사령부는 수중 드론을 포함한 추가 병력이 며칠 내 기뢰 제거 작전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을 시작했고, 조만간 해운업계와 이 안전한 항로를 공유해 자유로운 상업적 흐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전은 이란과의 조율 없이 이뤄졌으며, 한 미국 정부 관리는 "공해상 항행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중국·일본·한국·프랑스·독일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정리 작업을 지금 시작하고 있다"며 동맹국들이 "스스로 해낼 용기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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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GC는 12일 국영방송 IRIB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규정에 따라 오직 비군사적 선박의 통과만을 허용한다"며 미군의 기뢰 제거 작업에 강력히 경고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민간 선박 승무원이 녹음한 무선 교신 내용을 인용해 IRGC 해군이 미군 구축함을 향해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라고 반복해 경고했고, 미군은 "국제법에 따라 통항하고 있으며 귀하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Fars) 통신은 IRGC 해군이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인근에서 해협으로 기동하는 미군 구축함 1척을 식별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협상팀을 통해 경고를 전달했으며, 경고 이후 해당 군함이 회항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부사령부 공식 성명에는 충돌·회항 관련 언급이 전혀 없어 양측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렸으며, WSJ는 이 같은 군사 대치가 협상 핵심 쟁점인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고 전했다.
◇ 유조선 3척 600만 배럴 통과…이란 지정 항로로 제한 운송
이러한 긴장 상황에서도 초대형원유수송선(VLCC) 3척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왔다고 로이터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해운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7일 2주간 휴전을 선언한 이후 첫 사례다
이 선박들은 라이베리아 선적 '세리포스(Serifos)', 중국 선적 '코스펄 레이크(Cospearl Lake)'와 '허 롱 하이(He Rong Hai)' 3척으로, 각각 약 200만 배럴 운송 능력을 보유해 총 6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이동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척 모두 이란산 원유를 싣지 않은 비(非)이란 선박이라면서, 이날이 전쟁 발발 이후 비이란 원유의 최대 반출일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선박은 모두 이란이 지정한 '호르무즈 통항 시험 정박(Hormuz Passage trial anchorage)' 경로, 즉 이란 군사기지가 있는 라라크 섬을 우회하는 통제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이란의 허가 기반 통과 구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선박 2척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 국영기업인 시노펙(中國石化)의 무역 계열사 유니펙(Unipec)이 용선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평시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해협의 하루 통항 선박 수는 휴전 이후에도 12척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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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최대 200만달러(27억7000만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테헤란 통행료(Tehran toll booth)' 체제를 구축했고, 현재 약 700척·2만명의 선원이 해협 인근에 사실상 억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에 정통한 2명의 인사를 인용해 이란이 해협에 대한 통제권 유지와 통행료 징수권을 협상에서 고수하고 있어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기뢰를 '무계획적으로(haphazardly)' 설치했으며 일부 기뢰는 위치가 기록되지 않았거나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란 스스로도 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위기그룹(ICG)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은 WSJ에 "미국이 이 분쟁에서 이란이 확보한 초강대국 수준의 수단, 즉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무력화할 해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이 항상 강경한 협상을 벌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해 기회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