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안은 졸속으로 심사하고 있었고, 여야의 정쟁 속에서도 ‘빗나간 동업자정신’으로 서로의 허물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청원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었다. 본연의 임무를 태만히 하는 현상이 본회의·상임위원회·소위원회 등 국회 전반에 걸쳐 확인됐다. 특히 모범이 되어야할 거물급 의원들은 오히려 국회의 타락을 재촉하고 있었다.
국회는 본회의를 한 번 열 때마다 67.3건을 처리했고, 평균 2분40초 만에 1개의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졸속 국회’의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은 본회의 개의시에는 모습을 보였다가도 점심식사 직후에는 10명 중 3명 정도만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본회의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으면서도 20% 이상이 법안표결에는 불참했다.
‘상임위 중심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소속 위원들의 출석률은 1차연도보다 떨어졌고,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의 눈길이 미치기 힘든 상임위 산하 소위원회는 15곳이 1년동안 단 한 번의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법률안 발의조차 ‘처리된 법률안’을 기준으로 의원 18명이 단 한 건의 대표발의도 하지 않았고, 다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공동발의 형식으로 ‘무임승차’하는 의원이 100건 이상만 따져봐도 52명에 달했다. 대표법안 발의건수는 의원당 평균 5.23건이었지만 공동법안 발의건수는 평균 65.32건이었다.
초·재선 의원수가 많다는 점이 특징인 19대 국회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중진이나 거물급 의원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로 국회의 평균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본회의 투표율에서 대선주자이자 전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꼴찌,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그 다음이었다. 법률안 대표발의 0건인 의원 중에는 여당의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이인제·김태호 의원, 정 전 의원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김 공동대표와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포함됐다.
여야의 극심한 정쟁 속에서도 의원징계안 30건은 제출된 후 먼지만 쌓여있다. 징계안을 심사해야 할 국회윤리특별위원회는 1년 동안 단 3차례의 회의만 가졌고, 회의시간은 모두 합쳐 고작 2시간 17분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 공개도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 국회에 접수된 청원 138건 중 단 2건 만이 채택되고, 나머지 대부분이 관련법마저 위반해 처리시한을 넘긴 채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