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가진 대만 출신의 일본 화교 역사 소설가인 천순천(陳舜臣)이 고베(神戶)에서 21일 타계했다. 향년 91세. 유작으로는 ‘아편전쟁’, ‘소설십팔사략’, ‘칭기즈칸’ 등 수십 편이 있다.
천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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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타계한 일본의 화교 작가 천순천./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중국 관영 언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국민 작가인 대학 선배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와 종종 비견되고는 하는 그는 1924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그가 태어나기 전 대만의 타이베이(臺北)에서 일본 고베(神戶)로 이주한 식민지 시대의 대만인이었던 것. 이 때문에 그는 집에서는 대만어, 밖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하면서 자랐다. 당연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작가 생활 내내 어느 특정한 국가의 시점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생래적인 운명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어학 분야의 학자를 꿈꿨다고 한다. 오사카(大阪) 외국어학교에 진학한 것도 바로 이런 꿈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은 그에게 이런 기회를 앗아갔다. 일본 국적이 박탈돼 국립대에서 교수 자리를 얻을 수 없었던 것. 결국 그는 46년 대만으로 귀국해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는 선택을 하게 됐다. 그러다 이듬해 공산당에 패배해 대만으로 쫓겨온 국민당 정권이 섬의 원주민 수만 명을 살해한 ‘2·28 사건’을 겪는다. 이 사건으로 대만도 자신이 있을 곳이 못 된다고 절감한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 고베에서 가업인 무역업에 종사했다.
문단 데뷔는 비교적 늦은 37세 때인 61년. 추리소설 ‘시든 풀뿌리’가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것이다. 이후 그는 단편집 ‘청옥사자향로’로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인 ‘나오키(直木)상’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