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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학살’ 다룰 국제사법재판소, 자격·권한으로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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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2. 02. 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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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GO-UGANDA/WORLD COURT <YONHAP NO-6259> (REUTERS)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모습./제공=로이터·연합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을 다루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자격·권한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얀마에서 참석한 군정의 대표성 논란, 소송을 제기한 감비아의 자격과 이를 다룰 ICJ의 사법권에 대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로힝야족 학살 소송과 관련해 피고인 미얀마측의 입장을 청취했다. 지난 2017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을 둘러싸고 이슬람 국가들을 대표해 감비아가 ICJ에 제기한 재판의 개시 여부를 결정할 청문회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진행된 공판은 미얀마 군정 측 대표가 참석해 ICJ가 이번 소송에선 사법권이 없다는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군사정권과 민선정부 계승을 표방한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가 각각 미얀마의 대표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군정이 섰다. 공판 시작 전후로 미얀마 군정의 참석 자격과 대표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미얀마 군부가 ICJ 법정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도록 허용한 결정에 “터무니없다”·“정의를 지연시키는 위험한 일”이란 지적이 나왔다.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인권변호사 크리스토퍼 시도티는 AP 통신에 “터무니없는 일로, 군정은 미얀마의 정부가 아니며, 미얀마를 대표하지도 않는다”면서 “ICJ가 군부에 미얀마를 대표하도록 허용한 건 위험한 일”이라 비판했다.

이양희 전(前)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도 “ICJ가 NUG의 권위를 대신 인정하고 이의 제기를 공식적으로 기각한 후 사건의 실제 내용인 로힝야족에 대한 잔학 행위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인 존 도너휴 판사가 공판에 앞서 소송 당사자는 “특정 정부가 아니라 국가”라며 군정의 손을 들어준 것을 둘러싸고도 로힝야 인권단체와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법정에서도 또 다른 자격·권한 논란이 이어졌다. 군정 대표로 참석한 흘라잉 장관은 이번 소송을 제기한 감비아와 이슬람협력기구(OIC)의 자격과 ICJ의 사법권 여부를 물고 늘어졌다. 미얀마 군정 측은 “이번 소송을 실제로 제기한 것은 OIC로, 감비아는 OIC를 대신해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OIC는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이므로 ICJ가 다룰 수 있는 국가간 분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969년 설립된 OIC는 이슬람을 국교로 한 57개국이 모인 국제기구로, 이슬람권 조직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로힝야족이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학살당한 사건에 지난 2019년 11월 감비아가 ICJ에 해당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소송의 핵심이 국가간 분쟁이 아닌 만큼 “ICJ는 이번 소송에 대한 사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미얀마 군정 측의 입장이다.

ICJ는 23일(현지시간) 소송을 제기한 감비아 측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이날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 바깥에서는 20여명이 ‘미얀마를 구해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함께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다. 로힝야 인권단체들은 “군부는 ICJ가 내린 로힝야족의 안전 명령 등을 완전히 따르지 않았다”며 “ICJ의 사건이 로힝야족을 위한 정의는 물론 미얀마에 연방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희망”이란 입장을 밝혔다.

다만 ICJ의 사법권 등과 관련한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가 법원에 출두한 것도 미얀마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부여받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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