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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규탄 나서는데” 러시아 비판에 ‘어정쩡’ 스탠스 보이는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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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2. 03. 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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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Russia Ukraine War <YONHAP NO-1355> (AP)
2일(현지시각) 미국 유엔(UN)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 특별총회의 모습.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했다./제공=AP·연합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는 가운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원론적 입장만 밝히며 미온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세안이 침공 당사자인 러시아나 ‘침공’을 언급하는 것도 피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와 미얀마 임시정부만이 차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10개국의 연합체인 아세안은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달 26일 쿠데타로 집권중인 미얀마 군정을 포함해 10개국 외교장관들이 공동성명을 냈다. 공동성명에서 아세안은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을 하길 촉구한다”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평화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아세안의 이같은 공동성명은 곧 외교가에서 미온적 성명이란 비판에 휩싸였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아세안의 성명에 대해 △러시아를 특정해 비판하지 않았고 △‘침공’이란 단어도 빠졌으며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대국의 일방적 침공에 한 국가가 자신을 방어하는 상황임에도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촉구한다는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25년만에 열린 유엔(UN) 특별총회에서도 아세안 일부 회원국들의 어정쩡한 태도는 그대로 재현됐다. 유엔 긴급 특별총회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 이상이 거부권을 행사해 기능이 마비될 경우를 대처하기 위한 회의체다. 이번 특별 총회에서는 193개 회원국 중 무려 110여개 국가가 발언권을 신청했다.

러시아와 오랜 우방이자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도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3일 뚜오이쩨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당 호앙 장 UN주재 베트남대사도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내정불간섭 원칙에 기초해 평화적 수단으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베트남의 일관된 입장을 강조했다.

깊은 우려 표명·무력 사용 중단·대화 재개 등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러시아나 침공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쏙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러시아에 대해 전쟁 중단 및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 투표에서도 베트남·라오스는 기권표를 던졌다.

아세안 의장국을 맡고 있는 캄보디아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은 태국도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우려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가 미국·중국·한국·일본 등과 함께 아세안의 9개 전략적 파트너 중 한 곳인 만큼 올해 말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의와 APEC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가운데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규탄하고 강하게 나선 것은 싱가포르와 미얀마 임시정부뿐이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아세안 회원국 중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싱가포르는 독자적 제재 방침을 밝혔다. 싱가포르 대형 은행들이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과 관련한 무역금융 제한에 나선 데 이어 리셴룽 총리도 “싱가포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자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은 존중돼야 한다고 단언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를 거부하고 민주진영을 지지하며 미얀마 대표로 유엔에 남아있는 초모툰 유엔 대사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초모툰 대사는 연설에서 “미얀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다”며 “미얀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다. 정의와 자유, 평화가 전 세계에 만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정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지지하고 나선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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