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우크라 전쟁 등 여파
'원화 약세=수출기업 유리' 공식 깨져
원룟값 상승 부추기는 요소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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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외환거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1343.5원으로 기록됐다. 꼭 1년 전 1167.5원과 비교하면 15% 이상 올랐다. 유럽과 영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고, 중국경제 경착륙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조만간 1400원 선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쏟아진다.
환율 급등락 속에서 영업환경이 크게 바뀌는 IT·전자기업의 상황은 어떨까. 일단 반도체·부품사업과 완제품인 세트 사업을 분리해 봐야 한다. 삼성은 핵심 사업인 반도체 거래를 반드시 달러로 하게 돼 있어서 지금 같은 달러 강세에 오히려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원화 약세로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측은 "통상 부품 쪽, 반도체는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서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휴대폰·가전 등 세트사업은 상황이 좀 다르다. 삼성은 "반도체와 달리, DX(모바일·가전) 사업은 현지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했다. 가전 사업 중심의 LG전자 측은 "반도체처럼 달러로만 거래하는 건 아니지만, 수십년 운영해 오며 거래 통화를 다변화해 놨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완전히 하락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 방어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북미 시장 등에서 판매할 때는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간 원화 약세에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챙길 수 있어 수출에 유리할 수 있다는 통상의 공식이 깨졌다는 데 있다. 팬데믹 이후 벌어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전쟁 등 공급망 이슈로 급등한 원자재 수입가격을 제품 판매가에 반영해야 하지만, 수출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면 가격을 올리기란 녹록지 않다.
삼성 측도 "진짜 문제는 글로벌 경기 위축과 원자잿값 상승에 있다"면서 "가뜩이나 원룟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 원화도 약세라 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영향이 있다"고 했다.
환율쇼크와 원자잿값 상승, 경기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4년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가 예고돼 있다. 관세청이 밝힌 8월 1~20일 기준 무역적자는 102억1700만달러로, 관련 통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역시 전년 대비 7.5% 감소가 점쳐진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는 건 2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정부도 비상이다. 이날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는 반도체·자동차 등 12개 업종의 협단체장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코트라·무역보험공사·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이 총출동해 머리를 맞댔다. 급등하는 환율에 대한 수출입 영향을 점검하고 커지는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수출상황 점검회의' 자리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성장전망이 하향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위축으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달 20일까지 102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은 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IT 수요 약세가 예상되고 이에 따른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증가율이 둔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본부장은 "수출 확대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정부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향후 중동·동유럽 등 신흥시장에 통상사절단을 구성해 파견할 경우, 실질적인 협력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