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파이낸셜 스토리 구체화
현대차 정의선, 글로벌 전략 재점검
LG 구광모, 고객 니즈 선제적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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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재계에 따르면 올 초 0.25%수준에 머물던 미국 기준금리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앙은행의 연속된 자이언트 스텝으로 3.25%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물가가 꺾이지 않는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IMF(국제통화기금)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올해 3.6%에서 3.2%로, 내년 전망치는 3.6%에서 2.9%로 줄줄이 내려 잡고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진핑 3연임 체제가 출범한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은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요동치면서 삼성·SK·현대차·LG 등 글로벌 경영을 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새로 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기위축이 장기화 하고 있지만 안개가 걷혔을 때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게 각 그룹 총수들이 가진 과제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보여준 '위기극복 DNA'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환골탈태급 변화가 예고돼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광복절 특사 사면 이후 쉴 틈 없이 광폭 행보 중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수원사업장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국내외 사업장을 일일이 찾아 임직원간 격의 없는 현장 소통으로 신뢰를 쌓았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기업 'ARM' 딜을 논의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을 면담하면서 '뉴삼성'으로의 지배구조 재편, 조직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11월 1일 창립기념일과 12월 사장단 회의를 거치면서 회사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수준의 '뉴삼성' 또는 '삼성 신경영 2기' 선언이 있을 거란 관측이 쏟아진다. 이와 함께 미루고 미뤘던 회장 승진까지 연결 될 거란 시나리오다. 2019년 이 부회장은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서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자신 했고 실제로 이어진 치킨게임 이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누린 바 있다.
글로벌 영업환경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기업집단 중 하나는 SK그룹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가격과 각국 정책이 요동치면서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 계열사가 혼란을 겪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칩4동맹은 SK하이닉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배터리사업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주가가 맥을 못 치고 기업별 가치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최태원 회장은 각 계열사에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라는 미션을 던졌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재무를 숫자로서의 성과 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목표를 담아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공감을 끌어내 성장을 가속화 하라는 전략이다. 산적한 불확실성 속에 최 회장은 이날부터 제주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주요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그룹차원의 현안 해결 방안과 중장기 전략 수립에 나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2년간 숨가쁘게 내달리며 글로벌 판매 톱 3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진 영업환경에 중국 사업은 사실상 '고립무원'이고 새 판의 중심인 전기차는 미국 IRA로 성장판이 닫힐 지 모를 기로에 섰다. IRA 법안이 공개되자마자 정 회장이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현장을 살핀 이유다. 전기차와 수소차, UAM과 자율주행, 더 나가면 삼성동 GBC 건립까지 한정된 재원으로 집중하고 키워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정 회장이 정부를 비롯해 언론과도 소통해 국제 정세 예측력을 키우겠다고 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권역별 전략이 다 다시 짜여져야 할 판이라고 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달 폴란드에 이어 미국까지 벌써 두번째 해외 배터리 사업 현장을 찾았다. 미국 IRA에 대응해 배터리 원료를 미국이나 동맹국내에서 구해야 하는 상태로, 정부에서도 당장 실현은 불가능 할 것이라 진단할 정도의 난제다. 그런 구 회장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고객 마음 읽기'다. 고객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준비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구 회장은 당장 다음주부터 11월 하순까지 한달 간 계열사별 사업보고회를 갖는다. 구 회장이 직접 챙길 예정으로 각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이 모여 한 해 사업 성과를 돌아보고 내년 사업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재계에선 연말 내내 큰 폭의 조직 재편과 경영진 물갈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연말이 사업 성과와 평가를 바탕에 둔 정기인사 시즌일 뿐 아니라 중국 당대회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세 변화 등에 맞춰 인재 발탁과 추천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가 어디로 튈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라, 4대그룹이나 수출기업이 아니더라도 사업전략을 다시 짜거나 가다듬어야 할 시기"라며 "재계에선 연말에 이어 내년까지 위기 돌파를 위한 인사와 조직 재편, 사업전략 수정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