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주의', 가·피해자 민·형사상 줄소송 우려
"학폭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접근 방식 달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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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 따르면 2021년 2학기부터 지난해 4∼5월까지 초4∼고3 재학생 321만명 가운데 5만4000명이 학폭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 심의 건수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실시된 2020년 8357건으로 줄어들었고, 대면 수업이 시작된 2021년 1만5653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9796건이 심의됐다. 지난해 학폭위가 내린 조치(가해학생 1명에게 2개 이상의 조치 가능) 가운데 서면사과(63.1%)와 접촉금지(78.5%), 학교봉사(48.8%)로 대부분 경징계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출석정지 비율은 14.9%, 학급교체 4.2%, 전학 4.5%, 퇴학 0.2%였다. 다만,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사실상 전학이 가장 무거운 조치다. 학교폭력 유형은 언어폭력이 41.8%, 신체폭력 13.3%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학폭 신고건수도 총 4만6822건으로 집계됐다. 미집계 기간(2022년 12월~2023년 3월)까지 포함하면 6만 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더욱이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 이력에도 서울대에 '정시'로 입학한 사실이 공분을 사면서 학폭 이력이 대입 등에 불이익으로 작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부총리가 "학폭 종합대책이 마련된 것이 2012년도이고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할 때가 됐다"며 전면 개편을 시사했다. 그는 과거부터 학폭과 관련해 '무관용·엄벌주의'를 내세워 이번 방안이 처벌 중심의 대책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총리는 앞서 2011년 12월 대구에서 중학생이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초·중·고교생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가해 사실을 기록하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었다. 당시 학폭 기록은 초등학교, 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졸업 후 10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당시 이 장관은 "학폭 기재를 거부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교육계 "엄벌주의, 학폭 근절 한계…시스템 구축 필요"
하지만 교육계는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이 학폭 조치에 불복해 교직원을 상대로 벌이는 민·형사 소송이 더 심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학교와 교원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폭' 가해 학생 측은 그 이력이 대입과 진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징계에 적극 항의하고, 반대로 피해자 측은 학교 측의 조치와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가 약하다며 소송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교육청, 교육지원청에서도 학폭은 기피 업무여서 초임 장학사들이 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부모가 담당 교사에게 항의와 욕설은 물론 오히려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해당 교사가 정신과 등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가해 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학부모들이 학교 조치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엄벌주의만으로는 학폭 예방·근절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학폭위 심의와 조치 과정에서 갈등 조정, 진정한 사과, 화해와 치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담·교육프로그램이 충실히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교사 생활지도권 강화, 학급당 20명 이하 감축, 전문상담교사 확충 등을 통해 학생 한명 한명 더 살피고 지도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폭 담당교사 등 소송 지원, 가·피해학생 즉시 분리조치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폭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며 "경미한 사안은 교육적으로 해결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폭력 등 중한 사안에 대해선 가해자 처벌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논란이 되는 학폭에 대한 처벌 수위와 학생생활기록부 반영 기한 문제뿐 아니라, 엄벌주의 등 우려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논의해서 학폭 근절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