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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톱3 ①] 규제 넘어 규제… 현대차, 높아지는 전기차 허들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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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04. 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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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30년까지 24조원을 쏟아부어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고 글로벌 전기차 톱3에 오르겠다고 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와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 규제 맞추기에도 버거운 판에 이번엔 전기차 판매 비중까지 맞추라는 미국의 행정명령까지, 갈수록 높아지는 글로벌 각 국의 규제 허들을 넘기엔 녹록치 않아 보인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물량을 대기 위해 전세계 곳곳을 뒤져 배터리 등 핵심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원산지까지 따져야 할 판이다. BYD 등 현지 토종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최대시장 중국은 이제 막 기아의 EV5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무역수지가 심각한 적자 수렁에 빠지고, 믿었던 반도체가 추락하면서 1등 수출 효자로 올라선 자동차산업은 이제 단순히 현대차만의 사정이 아닌, 국가 경제의 희망으로 주목되고 있다. 현대차가 직면한 난제를 풀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국회까지 머리를 맞대 범국가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전문가들 제언이 쏟아지는 이유다.

◇"2032년 미국 신차 판매 67%를 전기차로 채워라"… 美 공략 새 과제
12일 완성차업계에선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현지시각 12일 발표할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배출 규제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소배출 한도를 맞추도록 하는 이번 규제의 골자는 2032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67%를 전기차로 맞추도록 하고 있다. 이를 못 맞추면 상당액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당장 IRA 규제만으로도 벅찬 현대차다.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 현지 조립' 맞추기 위해 서둘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을 양산하고, 전기차 전용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조지아주 서배너에 지으며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둔 세부 규정에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전기차가 제외되면서 한숨 돌리는 중이다. 물론 세액공제 요건인 배터리 핵심 부품과 광물의 조달지를 규제하는 규정에 맞춰 이를 충족하는 배터리를, 합리적 가격에 또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풀어내고 있다.

탄소배출 목표를 맞추기 위한 IRA가 자국기업에 주는 당근책이었다면 이번 EPA의 규제는 모든 완성차 기업을 향해 든 채찍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RA는 북미 최종 생산 규정을 지킨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이번엔 전체 완성차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에는 어떻게 작용할까. 일단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나 루시드 같은 전기차만 만드는 회사를 제외한다면 전기차 판매 비중 67%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정통 완성차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시장을 뒤엎어야 한다는 측면에선 전기차 시대가 나쁘지 않다"고 봤다.

이 교수는 "중국이 130년이나 유럽에 뒤쳐진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위해 타국 대비 훨씬 많은 보조금과 규제로 지원해 전기차 판을 깔지 않았느냐"면서 "내연기관으로 승부 보기 어려운 미국 같은 정통시장에서, 현대차가 지금 같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상대로는 폭스바겐을 꼽았다. 이 교수는 "자국 산업보호가 워낙 강한 중국을 제외한다면 BYD가 아닌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영향력이 큰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에서 자웅을 겨룰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 기존 전략 수정 불가피… "美 정치판 읽고 국내 정부 지원 잇따라야"
전문가들은 전날 현대차그룹의 2030년 전기차 생산 목표치 상향을 놓고 국제 기준에 맞춰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모습으로 봤다. 전날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기차 생산 목표치를 기존 340만대에서 364만대로 끌어 올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가 약속했더라도, 360만대 분량의 부품 공급망이 그때까지 확보 되겠느냐"며 "부품업체가 그 수치에 맞춰 따라 갈 준비가 돼 있을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높아진 각 국 허들을 넘기 위해선 해외기지 건설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측면이다. 이 원장은 "현대차로선 국내가 안되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길 수 밖에 없다"면서 "이미 10년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현대차의 이익과 국가와의 이익엔 반드시 괴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생존을 위해선 그 방법 밖에 없고 반대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각종 인프라와 노동 환경, 법과 규제까지 해외가 우리보다 훨씬 준비가 잘 돼 있으니 해외에서 만들고 연구를 해야 전기차 전환이 더 가속화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기차시대로의 준비가 착착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 조차도 기존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에는 전기차 전환 준비가 가장 잘 돼 가고 있는 기업이 현대차그룹"이라면서도 "하지만 2032년 67%를 전기차로 보급하라는 명령은 굉장히 공격적"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불과 8~9년 후 판매되는 차종의 3대 중 2대를 전기차로 채우라는 게 쉬운 얘기가 아니다"라며 "다행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 기업인 GM과 포드 마저 과연 67% 비중을 맞출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측면"이라고 했다. 미국 규제가 정치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현실적인 애로를 따져 다시 수정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교수는 "전기차 관련 모든 영업 환경이 좋은 해외에서 공장을 지어줘야 하는데, 이에 반발하는 국내 노사분규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일자리도 챙길 수 있게 하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에 생산능력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해도 내연기관 대비 부품이 많게는 40% 이상 줄어드는 전기차시대를 맞아 고용인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 또 인건비를 낮춰야 원가 부담도 덜어 원가 경쟁력을 챙길 수 있어 산 넘어 산이라는 반응이다. 김 교수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서로 양보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함께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다 같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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